박형준 부산시장 취임 이후 2년간 부산시가 380건의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을 파악됐다. 부산시 제공부산시가 박형준 부산시장 취임 이후 2년간 무려 380건에 이르는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협약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연이어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시행정 비판은 물론 시정에 대한 시민 신뢰 훼손까지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체 파악도 안 된 섣부른 업무협약…2년 만에 좌초
지난 2021년 8월 부산시와 (주)코리아소더비국제부동산, 소더비부산(주)이 체결한 업무협약이 지난 19일 최종적으로 취소됐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주)코리아소더비국제부동산과 소더비부산(주)(현 동부산컨셉트테마파크) 등 3자가 체결한 '코리아소더비인터내셔널리얼티 부산 건립' 업무협약을 취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021년 8월 체결된 이 협약은 코리아소더비국제부동산 등이 오시리아관광단지에 지하 4층, 지상 9층, 전체면적 7만 2682㎡ 규모의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테마월드를 조성하고, 시는 행정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시는 당시 세계적인 경매 회사인 소더비의 투자를 통해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소더비그룹 측은 곧장 "소더비그룹과 소더비국제부동산은 다른 법인이며, 소더비그룹이 부산시와 협약을 체결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시가 애초에 협약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조차 하지 않고 협약서에 서명을 했다는 것인데, 이후 협약 상대가 사업성을 이유로 발을 빼거나 투자를 이행하지 않아 협약은 결국 2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부산시 김귀옥 투자유치과장은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투자유치 업무협약 체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시장 취임 이후 업무협약 380건 체결…투자유치 협약은 101건 중 14건만 완료
부산시 제공이처럼 박형준 시장 취임 이후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업무협약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박 시장이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지난 2021년 4월 이후 2년간 부산시가 맺은 업무협약은 무려 380건에 이른다. 공휴일을 빼면 이틀에 한 번꼴로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 중 박 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던 민간업체와의 투자유치 업무협약은 101건을 체결했는데, 현재까지 그 성과는 미미하다.
투자유치 업무협약 중 실제 사업으로 완료된 건은 2021년 11월 ㈜클루커스와 맺은 8억여원 투자를 통한 센텀시티 내 사업장 신설 등 14건이다.
반면, 이번에 취소된 '코리아소더비인터내셔널리얼티 부산 건립' 협약과 같이 협약 이후 각종 논란에 휩싸인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요즈마그룹코리아와 맺은 업무협약은 요즈마 펀드 논란과 국제금융센터 입주 문제 등 박 시장 취임 초기 내내 시정의 발목을 잡았고, 최근에는 '디지털자산거래 설비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 상대인 FTX가 파산해 부산시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주거용 오피스텔 논란을 불러일으킨 센텀시티 내 옛 세가사미 부지에 추진 중인 양자컴퓨터 콤플렉스 건립 사업도 지난해 8월 부산시와 IBM, 한국IBM이 맺은 '양자컴퓨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에 근간을 두고 있다.
부산시청. 부산시 제공논란이 된 협약들은 하나 같이 협약의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협약 상대방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 같은 형태의 업무협약을 지속해서 맺고 있다. 지난 19일 부산시와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맺은 '복합문화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 역시 사업 장소나 시기, 규모 등이 전혀 검토되지 않은 채 이뤄졌다.
업무협약은 시민과의 약속…성과 없을 시 시정 신뢰 훼손
시는 업무협약이 법적이 강제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역 사회와 시청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업무협약 때마다 홍보성 보도자료 등을 통해 내용을 알린 뒤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전시행정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시민들의 시정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시민사회단체는 지적했다.
오문범 부산YMCA 사무총장은 "업무협약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그 자체로 책임을 담보해야 하는 것"이라며 "협약이 논란을 일으키거나 흐지부지된다면 시민들이 시정을 바라보는 신뢰도 또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협약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민간업체에게 시가 공적인 보증을 해주는 위험성이 뒤따른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부산시의회 반선호 의원은 "협약 당사자인 민간업체에 대한 부족한 정보 파악이 논란을 불러왔던 선례에 비춰볼 때 검증되지 않은 민간업체에게 시가 공적인 감투를 씌워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