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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10대 '극단선택'…SNS는 부추기고 학교는 무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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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서 닷새 사이 3명…제천, 원주 등 전국 각지서 10대들 극단적 선택 잇따라
증가하는 10대 자살률, 2021년 10만 명당 2.7명 달해…12~14세 자살율은 2016년보다 5배 가까이 급증
온라인 '자살 정보' 흡수하기 쉬운 10대…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한 학교도 영향
공동체 회복, 철저한 사전·사후 모니터링 필요해


최근 10대 여학생이 극단적 선택 상황을 SNS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부른 가운데, 10대 자살률이 2015년 이후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청소년 자살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10대 자살률 급증…12~14세 자살률은 약 5배↑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에서 10대 여학생이 SNS로 투신 장면을 생중계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음날 도곡동의 한 중학교에서 10대 남학생이 동급생을 흉기로 찌른 뒤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했고, 나흘 뒤에는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10대 여학생이 몸을 던져 숨졌다.
 
10대들의 극단적 선택은 비단 강남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29일 충북 제천의 한 아파트에서 10대 여학생이 투신해 숨졌고, 3월 28일에는 강원도 원주의 한 관광지에서 10대 여학생이 몸을 던져 사망했다. 3월 10일 안동 풍천면에서도, 3월 3일 충남 계룡시에서도 10대 여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등졌다.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 중 10대 자살률 추이. 통계청 제공'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 중 10대 자살률 추이. 통계청 제공통계청이 지난해 발간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10대 자살률은 2021년 2.7명으로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2009년 인구 10만 명당 2.6명을 기록한 이후 줄곧 감소하던 10대 자살률이 2015년(1.4명)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한 것이다.
 
가장 크게 늘어난 건 12~14세 자살률이다. 2016년 1.3명에서 2021년에는 5.0명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15~17세 자살률은 2018년 7.5명에서 2021년에는 무려 9.5명까지 늘어났다.
 

넘쳐나는 자살 정보, 무너지는 공동체

전문가들은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자살 관련 정보 등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상황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10대의 특성인 '모방·충동' 성향이 무분별하게 유해정보가 널려 있는 디지털 환경과 만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자살예방협회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학교 박한선 인류학과 교수는 "10대는 또래집단의 행동이나 생각, 문화 등을 쉽게 흡수·모방하고, 행동이 성급하게 나타나는 충동적 경향이 있는데, SNS 등을 통해 자살 수단이나 방법, 타인의 자살 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보니 자살과 관련한 영향에 취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에서 투신해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 여학생도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며 동반 투신을 할 사람을 구하는 등 자살 관련 커뮤니티에 노출됐다. 우울증 갤러리를 5년 이상 이용해왔다는 한 사용자는 "주로 가출한 10대 청소년들이 우울증 갤러리를 많이 이용했고, 실제로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10건 이상은 된다"고 전했다.
 
심리적 안정을 제공해야 할 공동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지적됐다. 특히 청소년들이 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학교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 기능을 못했다는 것이다.
 
명지대학교 권일남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학교나 가정에서 부적응을 겪는 청소년들이 그에 대한 대안으로 SNS나 우울증 갤러리를 찾게 되면서,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 관계를 맺고 관련 정보를 접하는 과정에서 자살로 견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뀐 점 또한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줬다는 점도 지적됐다.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반복되는 복잡한 상황이 지속되자 학생들이 불안이나 혼란을 겪는 일이 잦아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구상 본부장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보호 요인"이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를 가던 학생들의 규칙적인 생활과 일상에서의 리듬이 끊어지면서 10대들이 아노미(혼란) 현상을 겪은 것 또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공동체 회복, 철저한 사전·사후 모니터링 필요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전문가들은 자살 충동을 겪는 청소년들이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대지 않도록, 가정이나 학교에 도움의 손길을 손쉽게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본부장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 때 혼자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걸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자살 징후가 있을 때 가정이나 학교에서 조기에 발견해 유관 기관에 연계를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예방협회 박한선 기획위원장은 "무너진 사회적 유대관계나 연결망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가정이나 학교, 지역 공동체가 청소년의 정서를 살필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살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대응하는 '게이트키퍼(자살예방 생명지킴이)'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 교육을 받은 '게이트키퍼'는 자살 위험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자살예방센터나 전문기관에 연계한다. 2021년 기준 게이트키퍼가 총 176만여 명에 달하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희대학교 백종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이트키퍼가 양적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해당 교육을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질적인 확대도 필요하다"며 "예컨대 자살 고위험군을 많이 만나는 교사들이 게이트키퍼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복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입원 조치가 필요한 청소년들을 응급 입원시키는 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백 교수는 "자살시도자 응급입원이 법제화되어 있긴 하지만, 전문가의 입원 권고에도 부모가 반대하면 응급입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타해 위험이 매우 높은 청소년 자살시도자에 한해서는 응급입원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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