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드디어 3%대에 진입했지만, 상승세 둔화를 피부로 느끼기는 어렵다. 석유값 하락 등으로 상승률이 둔화됐을 뿐, 서민들의 입고 먹는 제품이나 이용하는 서비스 등 일상의 물가는 여전히 높고 심지어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에 미칠 변수도 많아 향후 물가 경로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상승률이 14개월만에 3%까지 내려온 것이다. 석유류 가격이 35개월만에 최대 폭으로 둔화된 게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물가가 경로를 제대로 잡았다 판단하긴 이르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뺀 근원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4.6% 올랐기 때문이다. 기저의 물가 상승 동인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전년보다 4.0% 올랐다. 크게 올랐던 석유류 가격이 제자리를 잡으면서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을 둔화시킨 것이라고 볼만한 여지가 높다. 근원물가는 13개월째 4%를 웃돌고 있다. 물가상승률 둔화가 일종의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라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3.7% 올랐다. 무엇보다 개인서비스(6.1%), 외식물가(7.6%) 등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곳에서는 물가는 고공행진이다. 한 번 오른 미용실 커트 비용이나 식당의 메뉴 가격이 다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서민들이 물가상승률 둔화를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황진환 기자여기에 그동안 미뤄졌던 전기료 인상이 이르면 다음 주 결정될 전망이다. 전기료가 10원가량 오르면, 4인가족 기준으로 월 전기요금 부담액은 3천원가량 올라 현재 5만원 후반대에서 6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은 물가 상승의 주요 동력이다. 전기료는 물론 지하철과 버스 등 인상 방침이 잡힌 각종 요금이 오를 경우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물가가 많이 올랐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하반기 물가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와 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 환율 등 여러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이날 "근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물가 낙관론에 선을 그었다.
지난 4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한은 금통위는 당시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앞서 지난 4월 11일 개최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위원 과반은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공개된 한은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하락속도에도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물가안정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는 국제유가 추이와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의 폭·시기 등의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한은의 5월 금통위에서는 근원물가의 하락 속도와 함께 △연준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의 인상 기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는 속도인 디스인플레이션 속도 자체의 적정성 △이어지는 경상수지 적자와 이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 등이 고려돼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목표 물가상승률은 2%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