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선언에서도 확인된 용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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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의장대 환영식이 끝난 뒤 잠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의장대 환영식이 끝난 뒤 잠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최근 올해의 통일백서를 발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용어를 '북한 비핵화'로 바꿨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가 비핵화의 대상과 주체를 모호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로 교체해 비핵화 대상이 바로 북한 핵이고, 핵 포기의 주체가 북한임을 보다 분명하게 드려내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지난 27일 정상회담에서 핵 협의 그룹(NCG) 신설 운영과 핵잠수함 한국 기항 등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이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그런데 워싱턴 선언에는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선언의 마지막 문장이 "(한미)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를 확고히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는 지난 1991년 말 남북이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유래한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91년 12월 18일에 "한반도에 핵무기가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의 철수를 공식화했고, 남북은 이어 91년 12월 31일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남한의 전술핵무기 철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한은 이후 핵 개발을 본격화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조선반도 비핵지대화' 개념을 다시 꺼내 들어, 미국 전략자산 전개의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비핵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반도 비핵화 개념이 왜곡되기 시작한 것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한미정상이 이번 워싱턴선언에서 제시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개념은 북한만이 아니라 남한도 비확산 체제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 북이든 남이든 핵은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독자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북한 핵에 대응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을 파기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해 10월 12일 페이스 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 핵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데 "우리만 30여 년 전의 남북 간 비핵화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여론 속에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조건부로 유사시 자체 핵 보유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도발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면 "대한민국에 전술 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3개월 보름 뒤 열린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으로 한국의 핵무장론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독자 핵무장 가능성은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했다"는 문구로 정리됐다. 
 
윤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에 선을 긋고 비확산 의무 준수를 공식 확인함에 따라 북핵 대응을 위해 남북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파기해야한다는 목소리는 이제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북한 핵에 대해서는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처럼 우리의 '북한 비핵화'와 유사한 용어를 쓴다. 
 
그러나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18년 싱가포르 선언 등 북미합의는 물론, 2021년 문재인·바이든 한미정상회담과 2023 윤석열·바이든 워싱턴 선언 등 한미 외교합의에서도 일관되게 '한반도의 완전 비핵화' 용어를 쓰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력 촉구하면서도 한국 역시 비확산 체제에서 벗어나 핵을 보유하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비확산체제를 압박하고 고수한데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감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북한은 워싱턴 선언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핵 협의그룹(NCG) 운영 등으로 한국이 미 전략자산을 넘어 핵 자산 운용에도 목소리를 낼 통로가 마련되는 등 확장억제의 실효성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 우방국들에 핵 공격을 하는 건 용납될 수 없으며 그렇게 한다면 어떤 정권이 됐든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에 직접 경고를 한 상황이다.
 
한미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확장억제의 제고 속에서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동력이 거의 없는 '구색 맞추기'로 보이는 이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24일 미국 NBC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경제적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도, "북한과의 그런 협상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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