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무력충돌이 벌어진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고립됐던 교민 28명이 '프라미스'(Promise·약속) 구출 작전을 통해 성공적으로 구출됐다.
25일 오후 3시 57분쯤, 성남 서울공항에 수단 교민 28명을 태운 우리 군용기 KC-330 '시그너스'가 무사히 착륙했다. 착륙한 항공기의 문이 열리면서, 28명의 교민들이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허리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교민 한 명 한 명에게 환영의 꽃다발이 전해졌다. 꽃다발을 건네받은 교민들은 환하게 웃기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교민들의 얼굴엔 고단함과 함께 안도감이 스쳐지나갔다.
앞서 이들은 지난 23일 수도 하르툼을 출발해 북동쪽 항구도시인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이동했다. 꼬박 24시간이 넘게 걸려 850km 가량을 움직인 것. 이후 포트수단에서 우리 C-130 군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젯다에 도착했다. 젯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이들은 그곳에서 대기하던 KC-330 군용기로 갈아타 한국으로 향했다.
지난 15일부터 수단에서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의 무력 충돌이 발발해 최소 400여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 각국이 자국민 철수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또한 미국과 UAE, 사우디 등 우방국의 협조를 받아 작전명 '프라미스'를 통한 교민 구출에 나선 것이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공항에서 교민 반용우(56)씨는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라면서 "정말 총 쏘고 대포 쏘고 우리 집 주변에서 정말 말로만 듣던 전쟁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반씨는 또 "(대사관 직원들이) 목숨을 걸고 왔다. 정말 고맙다. (군 수송기가 왔을 때는) 살았다, 이 생각이 들었다"면서 감사함을 전했다.
교민 김현욱(32)씨 또한 "한 10일 정도 수단에서 교전 가운데 있었는데, 한국 대사관 분들이랑 외교부 분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주고 많이 도와줘서 안전하게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정부와 관련 당국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김씨는 "안전히 구출되리란 믿음이 있었다"며 "수단의 평화, 그리고 교전이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연합(UN)에서 일하는 교민 김은지씨도 "내가 있던 지역은 완전 격전지여서 굉장히 총격 소리도 많이 들리고 되게 심각한 상황이었다"면서도 "대사관 관계자들이 김밥 같은 걸 준비해줘서 김밥을 먹고, 컵라면 먹고 이러면서 그냥 버텼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젯다 공항에 도착해서 대기하는 동안 한국 대사관, 영사관 분들이 나와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항공기 착륙 한참 전부터 공항에서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과 친지 30여 명도 무사 귀국의 기쁨을 함께 했다. "LOVE YOU"라는 글자가 적힌 천 화환을 들고 아이와 함께 있던 한 여성은 가족을 만나자 안도한 듯 눈물을 글썽였다. 가족들은 교민들을 향해 "왜 이렇게 말랐냐"는 걱정스런 말을 건네기도, 한 모자는 "(출입국 심사 이후) 조금 이따가 다시 만나서 얘기 하자"는 애틋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교민들이 모두 내린 이후 차례로 나온 작전요원 50여 명 또한 뿌듯한 표정으로 공항 땅을 밟았다. 이들은 자신들을 맞이하러 나온 군 당국 관계자들에게 경례를 하며 큰 소리로 "필승"을 외쳤다.
수단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8명이 4월 23일(현지시간) 수단 북동쪽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에서 우리 군 C-130J 군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이동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제261 공중급유비행대대 대대장 조주영 중령은 "국가와 국민 지키는 군인으로서 수단 교민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모시는데 일조할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긴박한 현지상황에서도 모든 임무요원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임무 수행했기에 이번 프라미스 작전도 성공할수 있었고, 성공할 수 있게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프라미스 작전에서 통신 쪽 임무를 수행했다는 공군 공정통제사(CCT) 대원 또한 "언제 총알이 빗발칠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항상 대비하고 있었다"며 "긴박하게 시작된 작전이었지만 우리 국민을 완전하게 모국인 대한민국으로 모실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우방국의 협조 아래 교민들을 모두 모아 탈출시킨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 또한 "교민들이 (각각) 떨어져 있었다"면서 "그분들을 다 모아야만 철수할 수 있었는데, 끝까지 모은다는 일념으로 모았다"고 말했다. 남궁 대사는 "타공관과 긴밀히 협조해왔다"면서 "특히 탈출과정에서 마지막에 차량을 제공해준 것이 아랍에미리트(UAE) 공관인데 덕분에 포트수단으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 또한 귀국 현장을 찾아 작전요원들을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 장관은 "프로미스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복귀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고, 거기서 (작전요원들이) 핵심적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