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전남 구례군수가 지난 22일 열린 자녀의 결혼식에서 하객을 맞이하고 있다. 유대용 기자공무원 행동강령을 무색하게 하는 지자체장의 청첩장에 축의금을 고민해야 하는 직원들의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남 구례군에서는 최근 문제가 된 장흥군 사례에도 불구, 지자체장 자녀의 결혼 소식이 군청 전체는 물론 지역사회 전반에 보란 듯이 퍼져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구례군 새올행정시스템 게시판에 김순호 구례군수 자녀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글이 청첩장 파일과 함께 게시됐다. 독자 제공
23일 구례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2일 군 새올행정시스템 게시판에 김순호 군수 자녀의 결혼을 알리는 글이 게재됐다.
과장급 직원 A씨를 '알리는 이'로 내세운 이 게시물에는 결혼식 일시, 장소와 함께 청첩장 파일도 첨부됐다.
A씨는 군청 직원들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농협조합장 등 지역사회 곳곳에 결혼 소식을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 소식은 이장단 사이에서도 퍼졌으며 김순호 군수가 아닌 가족 명의의 축의금 계좌번호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직무 관련이 있는 자에 대해 경조사를 알리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김성 장흥군수의 경우 직무관련자를 포함한 지역사회에 계좌번호가 적힌 자녀의 결혼 청첩장을 대거 발송,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을 통보받았으며 사과와 함께 축의금 일부를 돌려준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에 직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김순호 구례군수 자녀의 결혼식 하루 전인 지난 21일 게시된 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남지역본부 구례군지부 게시판 캡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남지역본부 구례군지부 게시판에는 축의금 적정 금액을 고민하는 직원의 글이 게시됐다가 하루 만에 삭제됐다.
해당 게시글에는 '얼마나 축의금으로 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모르면 넘어갔겠지만 (A씨가 직원들에게 소식을 알렸는데도) 하지 않으면 후한이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구례군 관계자는 "직원 입장에서는 인사권자인 군수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간부들만도 아니고 9급 직원들까지 모두 보라고 청첩장을 게시한 것은 행동강령을 제외하더라도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장흥군수는 자기 명의로 돌리고 사과라도 했지 이번 경우는 알리는 이도 과장급 직원인 A씨, 계좌번호도 가족명의로 돌렸다. 논란이 생길 상황을 미리 대비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부분 직원들이 결혼식 1시간 30분 전부터 와서 축의금을 내고 일찍 돌아갔다"며 "월 실수령액이 150만~160만 원에 불과한 9급 직원들에게까지 축의금을 받으려고 하면 되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직급 가릴 것 없이 부서 차원에서 직원들의 경조사를 게시판에 올려오고 있다"며 "직무관련자가 군청 내부일 수도, 밖일 수도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군수도 군청 산하 직원인데 그런 차원에서 (게시글) 올린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비서를 통해 청첩장을 보낸 정황에 대해서도 사적 노무 지시로 해석한 바 있다.
구례군의 사례에서도 A씨가 '자발적'으로 한 행위인지, 그렇지 않다면 사적 노무를 지시받진 않았는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