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이상민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희망의 등대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희망의 등불일 것이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 성찰과 모색 토론회 중)
거대 양당이 모두 초유의 리스크에 허우적거리면서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모색하는 이른바 제3지대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양당이 '서로가 서로의 희망'인 상황에서 여당도 야당도 거부하는 무당층 비율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제3지대가 쉽지 않다는 회의론이 함께 나오기도 하지만, '양당에 대한 염증이 높다는 방증(정치권 관계자)'이라는 점에서 총선을 앞두고 제3세력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 중심 30석 세력 등장하면 새로운 길 가능"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이상민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이 참석해 적대적 공생 관계가 된 거대 양당 체제의 한계와 대안 세력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금 양당은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설계할 능력이 전혀 없다"며 "이제는 정치 불신이 극도에 달했기 때문에 사람 중심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세력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건 고착된 구조, 고인물과 같은 정치, 변하지 않는 정치를 깰 교두보가 될 세력"이라며 "그런 세력을 위해서는 내년 총선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할 세력이 등장하면 많은 기대를 받을 수 있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3지대는 어려운 길이고 정치인들이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지만 실질적으로 쉽지 않다"며 "저는 그 길을 걷겠다고 했고 당을 만드는 준비가 되면 말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금태섭 전 의원이 용기를 가지고 시도할 테니 옆에서 도와줄 부분이 있으면 도와줄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국민의힘은 전광훈‧막말, 민주당은 개딸‧돈봉투"에 무당층 29%
한국갤럽 캡처제3지대론이 힘을 얻는 이유는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당도 야당도 거부하는 무당층의 비율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성인 1만2천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무당층은 29%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은 36%, 국민의힘은 3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무당층 증가의 배경은 각 정당의 실책에 기인했다는 평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도부의 잇단 발언 논란과 전광훈 목사 리스크로 새 지도부 출범 한 달 만에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또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더해 최근 초유의 '돈봉투 의혹' 사건이 불거지며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민주당을 보면 개딸과 돈봉투가 떠오르고, 국민의힘을 보면 전광훈과 끊임없이 나오는 막말이 떠오르지 않겠느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제3지대가 거대 정당 들어가기 위한 교두보?" 회의론도
다만 제3지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않다. 제3지대가 번번이 거대당에 흡수되거나 소멸돼왔던 역사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새로운물결'은 민주당으로 각각 흡수되며,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3지대에 대해 "거대 정당으로 들어가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이상민 의원)"는 비판마저 나왔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제3지대는 대선주자급 인물과 지역기반, 정치개혁 바람이 모두 합쳐져야 하는데 요건 구성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