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항 일대의 고도제한으로 성남시민들은 오랜 기간 재산권 침해를 받아왔습니다.
성남시는 이에 따라 규정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새 규정 마련을 통한 고도제한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서울공항 인근에 위치한 성남시 수정구 일대 마을입니다.
곳곳이 녹슬고, 갈라진 채로 방치된 노후 주택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도시 재정비가 시급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
비행안전구역 내 고도제한으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아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황재화 성남시 수정구 태평3구역 주민: 68년도부터 철거민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곳인데 전부 낙후돼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어요.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고도제한이 완화되지 않고 규제로 묶여 있어서 재산권 형성에 큰 억제를 받고 있습니다. 언제쯤 고도제한이 풀릴 것인지 지금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난 1970년 서울공항이 성남시에 들어서면서 주변 지역은 규제로 인해 40여 년간 개발이 제한돼왔습니다.
특히 공항과 인접한 5구역의 경우 15층 이상의 건물은 지을 수 없어 주민들의 재산권과 주거권 침해가 심각한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해당 기준이 70여 년 전에 만들어져 항공 기술이 발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공항 인근 성남시 수정구 일대 마을은 45m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과 교수: 고도제한이 처음 나온 건 민항이 본격화되고 도심 쪽으로 발달이 되면서 비행안전구역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게 됐어요. 1944년 시카고 협약에서 항공기와 비행장을 어떻게 운영할지 항공 체약국들이 모여 결정을 했죠. 옛날에는 비행장 주변에 민가가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는 비행장을 중심으로 예를 들어 김포공항만 하더라도 그 주변으로 주택들이 쭉 둘러져 있습니다. 또 비행기는 계속 새로워지고 있다 보니 장애물 제한 표면에 대한 장애물로서 가치가 있는지 정말 비행 안전에 영향을 주는 장애물이냐는 걸 새롭게 판단하고 완화하는 내용들이 필요하니까 최대한 주변에 있는 환경을 고려해서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성남시와 지역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서울공항 인근의 고도제한 완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최만식 경기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성남2): 서울공항으로 오는 비행기는 제2롯데월드 쪽으로 들어와서 착륙한 뒤에 반대 방향으로 이륙해서 빠져나가요. 이곳이 비행 1, 2구역이고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은 비행선회 구역으로 5, 6구역에 해당됩니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활주로에 문제가 있으면 선회를 하게 돼 있어요. 5구역 자연 장애물 기준이 되는 영장산의 높이가 193m이니까 비행기가 선회할 땐 산 아래로 안 오고 산 위에서 선회를 하거든요. 그래서 193m까지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이착륙하는 지점에 제2롯데월드를 지었어요. 이 과정에서 제2롯데월드를 지을 수 있게 공항 활주로를 3도 틀었죠. 그렇게까지 하면서 초고층인 제2롯데월드는 허가해 주고 수십 년간 주거환경에 있어서 재산권 침해를 당해왔던 성남의 구도심 시민들에게는 고도제한 완화에 대한 해택이 일절 없었다. 이에 따른 시민들의 분노와 불만이 많았던 거죠. 고도제한 문제를 성남시와 국방부 문제로만 미뤄놓지 말고 김동연 지사를 포함한 도 집행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기초단체인 성남시보다 광역단체인 경기도나 가서 우리 주민들, 도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재산권 침해에 대해 목소리를 내준다면 국방부와 정부를 상대 할 때 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경기도 역할을 집중적으로 강하게 요구할 생각입니다.]
최근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완화된 고도제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서울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