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휠체어 농구대회. 자료사진'경기도 18개 vs 서울시 1개'
'18대 1'은 건립이 확정된 반다비체육센터의 개수(個數) 비교 수치다.
반다비체육센터는 생활 밀착·장애인형 국민체육센터를 지칭한다. 정부는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사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어 함께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전국 곳곳에 조성 한다는 것이 사업 취지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이 사업에는 2조여 원의 예산(국비+지방비)이 투입된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정부 주도의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건립 확정 대상지의 개수에 있어 시·도별 격차가 심해 향후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문화관광체육부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17개 시·도에 150개의 반다비체육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날 현재 150개 건립 계획 중 절반을 넘어선(59%) 89개의 건립 대상지가 확정됐으나 시·도별로 건립 확정 개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도별 건립 확정 현황(개수)을 보면 경기도가 18개소(안양시, 화성시 등)로 가장 많고 ▲충남 14개소(서산시 등) ▲전북 10개소(전주시 등) ▲전남 9개소(목포시 등) ▲경남 7개소(창녕군 등) ▲충북 6개소(괴산군 등) ▲강원 5개소(춘천시 등) ▲경북 5개소(안동시 등) ▲광주 3개소(북구 등) ▲제주 3개소(한경면 등) ▲인천 2개소(연수구 등) ▲대구 2개소(중구 등) ▲서울 1개소(송파구) ▲부산 1개소(해운대구) ▲대전 1개소(유성구) ▲세종 1개소(연기면) ▲울산 1개소(남구) 등이다.
건립 확정 89개소 중 광주 북구(전국 1호 개관), 전북 익산, 전북 부안, 경남 양산, 경남 고성 등 5개 지역의 반다비체육센터는 준공 후 운영 중이다. 건립 확정 대상지 중 올해 내 10개소 가량이 추가 완공, 개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내년까지 추가로 15~20개소 가량 건립 대상지가 확정되는 등 조만간 100개소 이상의 건립(66%)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150개소 건립 계획은 외관상 차질 없이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지자체 별로 건립 개수에 대한 격차가 심하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 등은 최첨단 대규모 체육 시설에 대한 접근성에 장애를 받는 등 또 다른 차별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온 국민이 차별 없이 스포츠를 누리고 나누는 환경 조성'이 사업 모토임을 감안할 때 일부 지역에 편중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돼야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 편중성은 서울과 경기도의 비교 수치를 보면 쉽게 와 닿는다.
서울시 인구(967만여 명)는 경기도(1397만여 명) 다음이며, 등록 장애인 수 역시 39만2000여 명으로 경기도(58만4000여 명)의 뒤를 잇고 있다. 서울의 인구와 장애인 등록 규모를 고려할 때 반다비체육센터의 건립 개수가 경기도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 거주 장애인 A씨(서대문구·소아마비 4급)는 "장애인들을 위한 대규모 체육센터 건립 계획을 알고 있다. 서울에도 1개가 들어선다는 것을 알고 기뻤는데 다른 지역들에 훨씬 많이 건립된다는 사실을 듣고 의아했다. 송파구에만 건립되는 것으로 아는데 멀어서 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 각 구청장들에게 치적 사업이 될 수 있음에도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문체부는 서울시가 1개소만 건립 신청을 한 것은 부지 가격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반다비체육센터 건립은 정액으로 지급되는 국비를 지원받아도 국비보다 더 많은 지방비가 투입돼야 한다. 서울시와 서울시내 각 구의 경우 땅값이 워낙 비싸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주저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도 부지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땅값도 땅값이지만, 서울은 개발이 다 돼서 빈 땅이 없다. 반다비체육센터 건립을 더 확대하고 싶지만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후 "추가 건립 계획을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제를 인지한 문체부와 서울시는 다른 시설을 활용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 중이다.
문체부는 서울시에 추가 건립 신청을 유도하는 한편, 여건상 (건립이) 불가능할 시에는 장애인 체육 시설의 리모델링 지원 방식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용 가능한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동 장애인 복지관 지하에 수영장을 설치하고 강서구에 어울림 프라자를 건립하는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장애인 특화 시설 방안을 마련해 반다비체육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존 7개 장애인 전용 체육 시설 활용도 역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지자체 신청받아 선정… 국비 5000억여 원, 지방비 1조5000억여 원 투입 경기도 동두천시 반다비체육센터 조감도. 동두천시 제공
반다비체육센터는 문체부의 사업 공고 후 지자체의 건립 대상지 신청을 받아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하고 있다. 선정된 지자체에는 예산 교부(국고 지원)가 이뤄진다. 해당 지자체와 문체부의 설계 협의를 거쳐 지자체가 착공하게 된다.
건립 지원 대상지 선정은 내외부 전문가(8명 내외)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정량 평가(70%)와 정성 평가(30%) 점수를 합산해 결정하고 있다. 정량 평가는 건립 신청 대상지의 정책 수요, 장애인 분포 등 입지 여건을 심사한다. 정성 평가는 시급·필요성 및 큰 규모의 지방비가 투입되는 것을 감안, 지자체장의 사업 추진 의지 등을 고려하고 있다.
국고 지원(체육기금)은 3년에 걸친 정액 지원 방식으로 교부하고 있다. 체육관형, 종목 특화형 모델은 30억 원(수중 운동실 추가시+10억 원), 수영장형은 40억 원의 예산을 선정된 지자체에 지급하고 있다.
반다비체육센터의 건립을 위해서는 규모·형태 별로 개당 평균 135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이에 따라 대상지로 선정된 지자체는 30~ 40억 원의 국고 지원을 받더라도 100억여 원의 지방비를 충당해야 한다. 부지 비용이 비싼 서울시 같은 지자체는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2027년까지 150개의 반다비체육센터가 건립되면 2조여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중 국비는 5250억여 원이, 지방비는 1조5000억여 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장승철 문체부 체육협력관 장애인체육과 사무관은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사업은 완공 후 시설 운영, 비용 보전 등은 지자체가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장애인이 우선 이용하되 비장애인도 함께 활용하는 복합문화체육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사업 상세 내용이 포함된 '스포츠진흥기본계획'을 5, 6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사업의 당초 완료 기간은 2025년까지였으나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지자체의 예산 여건 등을 감안, 2년 가량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