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수비를 깨면서 "희열을 느꼈다"는 이정현, 가드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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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캐롯의 간판 이정현. KBL고양 캐롯의 간판 이정현. KBL
"작년 4강 진출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고양 캐롯의 전신 오리온 구단은 지난해 6강 플레이오프 관문을 넘어 4강 무대에 올랐다. 이정현은 오리온의 신인이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6강 3경기에서 평균 13.3득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했지만 동료들을 지원하고 돕는 역할이었다. 골밑에는 이승현이 있었고 팀의 중심에는 이대성이 있었다.

올해는 달랐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이대성과 이승현은 팀을 떠났다. 오리온은 프로농구판을 떠났다. 김승기 감독이 고양 캐롯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안양 KGC인삼공사 사령탑 시절 변준형의 성장을 이끌었던 김승기 감독은 이정현의 잠재력을 주목했다. 이정현을 팀의 중심에 세웠다.

이정현은 응답했다.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평균 15.0득점, 4.2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4.2%(경기당 2.1개 성공)를 기록하며 약체라고 여겨졌던 캐롯을 5위에 올려놓으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구단의 재정난이 더해진 역경 속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캐롯은 기세를 몰아 6강 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정규리그 4위 울산 현대모비스를 제치는 '업셋(하위시드가 상위시드를 상대로 승리)'을 달성했다.

이정현은 시리즈 평균 24.0득점, 야투 성공률(2점슛+3점슛) 44.2%를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팀의 메인 볼핸들러로서 디드릭 로슨과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성해 현대모비스의 수비를 무너뜨렸다.

캐롯은 빅맨의 포스트업 공격을 거의 시도하지 않는다. 로슨 역시 볼핸들링 능력이 좋아 다양한 플레이를 연출할 수 있다. 이정현과 로슨이 중심이 돼 펼치는 2대2 공격이 캐롯의 주무기다. '드라이브-앤드-킥'을 바탕으로 페인트존과 외곽에서 수많은 기회가 만들어진다.

현대모비스는 시리즈 내내 이정현의 2대2 공격을 막지 못했다. 이정현이 슈팅 난조에 빠졌던 구간도 있었지만 김승기 감독도, 이정현도 실패한 야투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스스로 극복했다.

그래서 이정현은 작년 4강 진출과 올해 4강행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이제는 팀의 중심이 돼 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10일 울산에서 열린 6강 5차전에서 77-71 팀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에서 "작년에는 그저 너무 재밌었다. 지금은 승부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이 컸다. 아파도 벤치로 갈 수 없었다. 감독님께서 힘드냐고 계속 물어보셨는데 끝까지 괜찮다고 했다. 벤치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KBL 각 포지션의 간판급 선배들과 포스트시즌을 함께 경험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그런데 이정현은 누구보다 부담이 컸을 올해 6강 무대에서도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2대2 공격을 펼치는 고양 캐롯의 이정현. KBL2대2 공격을 펼치는 고양 캐롯의 이정현. KBL
이정현은 "상대가 저의 2대2 공격을 막기 위한 수비를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 수비를 깨면서 엄청 희열을 느꼈고 재밌었다"며 웃었다.

부담이 컸고 책임감도 컸다고 말하면서도 강력한 수비를 상대하는 그 순간이 너무 재밌었다고 했다. 프로농구 선수로서, 한 팀의 에이스로서 보통 그릇이 아니다.

희열을 느낄만 했다. 이정현은 6강 5경기를 통해 프로농구 플레이오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정현은 페인트존에서 평균 6.2개의 야투를 성공했다. 아울러 67.4%의 페인트존 야투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건 가드가 남길만한 기록이 아니다. 최정상급 빅맨이 남길만한 기록이다.

페인트존 내 야투 기록이 집계된 2006-2007시즌 이래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평균 6개가 넘는 페인트존 야투 성공 개수를 기록한 국내 선수는 역대 최장신(221cm) 센터 하승진과 국가대표 출신 빅맨 김주성이 전부다.

국내 가드 중에서는 2015년 플레이오프에서 김선형(서울 SK)이 기록한 5.0개가 가장 높았다.

이정현의 이 같은 활약은 재능뿐만 아니라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이정현은 "1차전 전반까지 게이지 프림 선수와 미스매치가 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 타이밍에 스코어가 벌어지면서 승부가 완전히 기울었다. 그걸 보면서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2차전부터 잘 공략해 이길 수 있었다. 수비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저의 플레이도 달라졌다. 경기를 다시 보면서 상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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