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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빚 천조원 시대…高금리에 고통받는 다중채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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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할퀴고 간 자리
여기저기서 돈 빌려 대출금 상환하지만 남은 건 '빚더미'
자영업자 10명 중 6명 다중채무자…더이상 돈도 못빌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매년 내야하는 이자만 1천만원 더 늘어
美 긴축 유지…한미금리차 걱정하는 韓도 고금리 불가피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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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8살 A씨는 지난 2019년 말부터 또다른 지역에 주점을 추가로 오픈했다. 손님도 꾸준하고 매상도 좋았기에 사업을 확장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주점 인테리어 비용만 3억원이었지만 경기도 나쁘지 않아 사업자금 대출 정도는 정해진 기간 안에 쉽게 갚을 것이라 여기고 은행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고 새로 오픈한 주점은 물론 카페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주점 월세 200만원 납부는 물론 아르바이트생 월급 주기도 버거웠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로 인테리어 비용 대출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궁지에 몰린 A씨는 저축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았다.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7천만원을 받았지만 원리금 상환과 월세, 가계 운용 자금 때문에 대출금도 바닥났다. 그럼에도 A씨는 주점과 카페를 접지 못하고 있다. 가게를 폐업하면 당장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가게를 접을 수도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대출금 이자와 마이너스 수익을 메꾸려고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카페로 이익을 본 것까지 모두 손해로 돌아서서 체감되는 충격은 더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제가 가장 심각한 사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말 심각한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직전 아무 것도 없이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대출 돌려막기로 가게를 유지하시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러 신용점수를 낮추는 방법'이 공유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이 공급하는 저금리 대출 지원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다. 개인신용 평점이 일정 수준을 밑돌면 연 2% 고정금리로 최대 3천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기에 한계 상황에 몰린 일부 자영업자들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추가로 받으며 신용점수를 일부러 낮췄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라는 '원투 펀치' 앞에 자영업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자영업자 대출 천조원 시대…10명 중 6명 다중채무자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자영업자들의 대출(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 규모가 1천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빚을 낸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3개(기관 및 상품)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였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약 1년 반 사이에 이들의 연이자 부담액은 1천만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은 1019조8천억원으로 추산됐다. 자영업자 대출액은 지난해 3분기(1014조2천억원) 처음으로 1천조 원을 돌파한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전체 자영업 대출자 중 56.4%에 해당하는 173만명이 다중채무자라는 점이다. 코로나19 한파 속에 A씨처럼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다가 더이상 대출을 받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가 10명 중 6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대출액 기준으로 따지면 다중채무자 대출은 전체의 70.6%(720조3천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천만원으로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은은 금리가 0.25%포인트, 1.5%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다중채무자의 1인당 연이자가 각각 76만원, 454만원 증가한다고 계산했다. 2021년 8월 이후 기준금리가 3%포인트나 오른 것을 감안하면 매년 내야하는 이자만 908만원이나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평균 0.18%에서 연말 0.24%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금리인상 여파가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로 옮겨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체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억제 한국은행, 당장 금리 인하도 쉽지 않아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의 대출(사업자대출+가계대출) 규모가 1천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의 대출(사업자대출+가계대출) 규모가 1천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현재 최고금리 수준까지 진입한 기준금리가 언제 꺾일지 모른다는 점도 자영업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월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최종금리 수준을 더 열어놓고 있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 카드를 내놓는다고 해도 물가상승세 둔화 조짐이 뚜렷하지 않는 한 당장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적다. '고물가의 고착화'를 경계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인 인플레이션 대응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도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올리면서 긴축 고삐를 바짝 죄었다. 상승기조는 억제했지만 미 기준금리는 연 4.75~5.00%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한미금리차는 지난 2000년 이후 22년만에 최대폭인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당시 공개된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상 올해 최종금리는 5.00~5.25% 수준으로 미 연준은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안정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올해 말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중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긴축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한미금리차 확대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과 국내 투자금 유출 등을 걱정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 올 상반기 내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적다. 최근 대출금리가 소폭 하락했지만 현재의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자영업자들의 이자부담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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