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대피 장소인 기성종합복지관에서 한 병원 관계자가 환자용 약과 응급 구호세트를 가리키고 있다. 김정남 기자2일 충남 금산-대전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 주변에는 민가뿐만 아니라 여러 병원과 시설도 있었다.
불길이 차츰 잡히기 시작하면서 긴급 대피했던 병원 환자와 시설 입소자들도 복귀를 시작했다. 이들은 전날의 급박한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재 현장 인근에 있는 한 요양병원의 관계자는 "불과 5분, 몇 분 사이에 상황이 달라졌다"며 전날의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연기가 멀리서 보이고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는데 몇 분 새 상황이 심상치 않아 전 직원을 소집하고 환자도 이송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송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오신다고 하고 버스도 온다고 했지만 오실 때까지 기다릴 상황이 아니어서 직원 차량들을 이용해 환자 일곱 분, 여덟 분씩 (대피 장소인) 기성종합복지관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 병원 환자 A씨는 "산불이 번지고 있으니까 수건에 물을 적셔서 가지고 있으라, 대피할 준비를 하라고 해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는 "창문도 안 열었는데 연기 냄새가 났다"며 "차가 한 네 대 왔고 차를 타고 (복지관으로) 왔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머문 세미나실 한편에는 120인분의 약봉지들도 눈에 띄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을 먼저 보낸 뒤, 환자들이 약을 드셔야 하니까 약과 주사 준비도 부랴부랴 해왔다"며 "여기서도 환자분들 화장실 갈 때마다 1대 1로 동행이 필요하고 격리실이 필요한 분도 계신데 그 부분이 조금 힘들었지만 환자분들이 대체로 안정되시는 모습에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고 말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산불과 관련해 대피한 병원과 시설은 불이 발생한 2일 밤을 기준으로 16곳 900명에 달한다. 기성종합복지관으로 9개 병원·시설이 대피한 것을 비롯해 경로당과 주간보호센터, 타 요양원과 교회 등지로 대피가 이뤄졌다.
대피했던 환자들이 병원 복귀를 위해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김정남 기자
각 시설에선 밤사이에도 화재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살피고, 불안한 마음으로 밤을 보내야 했다고 전했다. 각각 돌봄이 필요한 입소자들이 한꺼번에 모이며 처음에는 혼란도 있었지만 차츰 체계가 잡히고 일사분란하게 연결도 됐다고 했다.
3일 오전부터 시·구 등에서 마련한 버스에 올라타고 이동하는 복귀행렬이 이어졌다. 환자복 차림 그대로 빠져나왔다, 다시 돌아가던 A씨는 이제야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며 "내 집에 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복귀 준비에 분주하던 병원 관계자도 "오늘 갈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날 오후 12시 19분쯤 충남 금산군 복수면과 서구 산직동 경계지점에서 발생한 불은 만 하루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3일 오전 11시 현재 진화율은 84%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