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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위의 카멜레온' 변화무쌍한 허수봉, OP·MB 모두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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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허수봉. 한국배구연맹현대캐피탈 허수봉. 한국배구연맹허수봉은 2022-2023시즌 정규 리그 4라운드부터 기존 아포짓 스파이커 대신 미들 블로커로 출전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그의 장점인 속공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변화를 준 것.

아무리 뛰어난 선수여도 여러 포지션을 오가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허수봉은 당시 두 포지션을 완벽히 소화해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 5라운드에서는 눈부신 활약을 통해 데뷔 후 첫 라운드 MVP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봄 배구 무대에서도 어김없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24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17점에 공격 성공률 45.45%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의 활약에 힘입어 역대 PO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 88%(17회 중 15회)의 확률을 잡았다. 허수봉은 경기 후 "(전)광인 형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홍)동선이와 (김)선호가 들어와서 한마음이 된 것 같다"면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감독은 이날 포스트 시즌 첫 경기에서도 허수봉을 미들 블로커로 기용했다. 경기 도중에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이동하는 장면도 나왔다. 허수봉은 이날 포지션 이동에 대해 "초반에는 조금 우왕좌왕했지만 선수들과 많이 대화를 했다"면서 "조금씩 긴장이 풀리면서 경기를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덤덤하게 답했다.

허수봉은 이날 날카로운 서브도 뽐냈다. 무려 6개의 서브를 성공시켜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는 링컨(대한항공), 김정호(삼성화재), 가빈(전 삼성화재)의 역대 포스트 시즌 단일 경기 최다 서브 득점 기록과 타이다.

철저한 컨디션 관리와 선배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허수봉은 "최근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몸이 굼뜨는 느낌이 있어서 컨디션 관리에 집중했다"면서 "형들의 응원도 힘이 됐다. 자신 있게 때리라고 말해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전력과 경기는 남자부 역대 최장 시간(158분)을 기록할 정도로 숨 막히는 접전이었다. 허수봉은 "매 세트가 접전이었다. 이런 경기는 오랜만에 해본 것 같다"면서 "체력 소모가 더 컸다. 그래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했고, 경기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져서 차분하게 임하려 했다"고 떠올렸다.

힘든 상황에서도 허수봉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제 몫을 해냈다. 이에 베테랑 문성민(37·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이가 일등공신"이라며 칭찬한 뒤 "(허수봉의) 서브로 처진 분위기를 바꿨다. 팀이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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