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를 교체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 연합뉴스숙명의 한일전에선 그간 수차례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 바 있다. 그만큼 적은 점수 차로 뒤진 상황에선 언제든 승부를 뒤집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달랐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2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4 대 13로 대패했다.
6회까진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3 대 6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박건우가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일본의 두 번째 투수 이마나가 쇼타의 4구째를 받아쳐 비거리 105m짜리 우월 솔로포를 날렸다.
이어진 6회말, 여전히 2점 차로 뒤져 있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때 참사가 벌어졌다. 무려 5점을 내주면서 전의를 상실했다. 곽빈(⅔이닝 1실점)을 시작으로 정철원(⅓이닝 1실점), 김윤식(0이닝 3실점), 김원중(⅓이닝 1실점), 정우영(⅔이닝 무실점)까지 5명의 투수가 등판해 어떻게든 불을 꺼보려 했지만 이미 불길이 커진 뒤였다.
정철원은 선두 나카노 타쿠무에 3루타를 내주고 물러났다. 뒤이어 등판한 김윤식은 무려 3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 김원중은 무사 만루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적시타 2개와 희생 플라이(1점)를 내줬다. 정우영도 곧바로 적시타를 맞았지만 후속 마키 슈고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간신히 추가 실점을 막았다.
대표팀은 격차가 무려 7점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7회초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최정, 토미 에드먼, 김하성 세 타자 모두 출루에 실패하며 무기력하게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이후 7회말에도 실점을 막지 못했다. 구창모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 나카노에 좌전 안타를 맞았고, 1사 1루에서 라스 눗바에 우전 안타를 내주며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 뒤이어 등판한 이의리는 볼넷을 남발했고, 폭투와 밀어내기로 2점을 빼앗겼다.
2사 만루 위기서 박세웅이 오카모토 카즈마를 뜬공으로 처리하며 힘겹게 이닝을 마쳤다.
대표팀은 8회초에도 득점에 실패했다. 8회말에는 간신히 실점을 막아내며 콜드 게임 패배를 면했다. 7회 이후 격차가 10점 이상 벌어질 경우 콜드 게임이 선언된다. 마지막 공격 기회를 잡은 9회초에도 전혀 손을 써보지 못한 대표팀은 결국 9점 차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