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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독수리의 수난…'농약 중독' 구조·방생 이후 다시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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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서 구조했던 독수리, 치료·방생 이후 9일 만에 예산서 농약 중독 발견
농약 묻은 오리류 등 섭취…먹이주머니에 조류 근위 추정 내용물
올겨울 37마리 치료…대부분 독수리, 다양한 맹금류 '곤욕'
매년 같은 사례 반복…단속·예방 강화해야

농약 중독으로 구조돼 치료를 마친 뒤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재차 농약에 중독된 채 발견된 독수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농약 중독으로 구조돼 치료를 마친 뒤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재차 농약에 중독된 채 발견된 독수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농약 중독으로 구조돼 치료를 마친 뒤 자연으로 돌아갔던 멸종위기종 독수리가 방생 9일 만에 다른 지역에서 다시 농약에 중독된 채로 발견됐다.

농약이 묻은 곡물(볍씨 등)을 먹고 죽은 오리류나 물새류 등을 섭취한 독수리의 2차 중독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 충남 예산군의 한 농경지에서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를 구조했다. 비틀거리며 제대로 서 있지 못한 상태였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센터 관계자가 독수리 다리에서 고유한 일련번호가 적혀 있는 금속가락지(링)과 멀리서도 식별이 가능한 윙택(양 날개에 번호가 있는 큰 인식표)을 확인해보니 지난달 3일 서산시의 한 농경지에서 농약 중독으로 구조됐다 치료를 마치고 25일 방생했던 독수리로 확인됐다. 방생이 이뤄지는 동물은 야생의 정상 개체와 비교해 장애가 없는 경우 방생 이후 감시할 수 있는 개체 식별 도구를 쓴다.

서산에서 농약 중독으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예산에서 다시 농약에 중독돼 발견된 셈이다. 현재 다시 치료받고 있다.

1차 구조 당시 이 독수리는 먹이주머니(소낭)에 가득 차 있는 내용물을 빼내고 농약의 체내 작용을 상쇄시키는 약물 치료를 받았다. 조류의 근위로 추정되는 내용물도 들어있었다. 통상 이런 경우 농약이 묻은 곡물을 먹고 죽은 오리류, 물새류 등을 섭취해 중독된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충남 예산군의 한 농경지에서 농약 중독으로 구조된 독수리. 2차 구조 당시 모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충남 예산군의 한 농경지에서 농약 중독으로 구조된 독수리. 2차 구조 당시 모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올겨울 농약 중독으로 센터에서 치료받은 사례는 모두 37마리. 대부분 독수리였다. 사체를 주식으로 하는 생태적 특성이 원인으로 보인다.

구조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죽어있었던 경우는 2마리, 치료 중 버티지 못하고 폐사한 경우도 4마리에 달했다. 독수리 외에도 말똥가리, 흰꼬리수리, 참매 등 다양한 맹금류가 농약 중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매년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는 데 있다. 농약이 뿌려진 이유와 뿌린 당사자를 잡아내는 게 광범위한 농촌 특성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및 문화재보호법(천연기념물의 경우)에는 농약 등 유독물을 살포해 야생동물을 해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단속이나 예방 활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행정당국이 농약 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에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예찰을 하거나 단속이 이뤄지고 있음을 경고하는 안내 또는 홍보 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센터 관계자는 "예방 활동만 제대로 이뤄져도 많은 농약 중독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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