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 발표를 계기로 한일 공조를 넘어 '한미일 삼각 공조'로 향하는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안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사회·문화 영역까지 국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상반기 미국, 일본 정상과 연쇄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현안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10회 국무회의에서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본 결과"라고 밝혔다.
정부가 1974년 특별법 제정을 통해 8만3519건에 대해 92억 원을, 2007년 특별법 제정으로 7만8천여 명에게 약 6500억 원을 배상하는 등 그동안 피해자들을 위해 노력해왔고, 이번 해법을 통해 과거를 재차 치유하고 미래로 향하는 길을 모색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우리 국민들의 방일과 일본 국민들의 방한, 한일 교역 규모, 우리 기업에 대한 일본 기업의 투자 규모 등을 언급하면서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협력에 대해 "한일 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한일 양국과 함께 세계 전체의 자유·평화·번영을 언급한 배경에는 국익을 위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형성돼 한일 공조가 굳건해지면 이를 넘어 '한미일 삼각 공조'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A·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한미일 협력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제', '안보' 두 마리 토끼 잡는다…정상 간 연쇄 회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합뉴스무엇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안보'와 '경제'다.
안보면에서는 북한의 전방위 도발 속에 제7차 핵실험이 언제라도 감행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가 더욱 중요해지는 국면이다. 이번 강제징용 해법을 통해 그간 효력이 정지됐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정상화되면서 한일 간 안보 협력이 다시 물꼬를 트고 한미일 안보 공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와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 등이 이뤄지고 반도체 산업 등에서의 한미일 협력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실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미일이 같이 경제 협력을 하지 않고는 여러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반도체가 증명을 하고 있다"며 "중국, 러시아 등이 서플라인 체인(Supply Chain·공급망)을 형성하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과 함께 하지 않으면 더욱 안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 안보와 함께 사회, 문화, 인적 교류까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국 관계가 과거 정치 현안을 화해하고 치유하는 것을 넘어서서 경제,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가속화하고 한국의 한류 문화, 일본의 소프트 파워가 결합된 사회, 문화, 인적 교류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다면 양국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동아시아에서 양국이 서로 이익을 도모해 나갈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이다.
한일 간 협력을 넘어 한미일 간 삼각 공조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는 가운데, 세부적인 현안 논의는 이달 중으로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새로운 한일 관계를 선포하는 '공동 선언'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어 다음달 하순에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예정됐고,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참관국 자격으로 초청 받아 한미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외교의 시간'이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아직 한일 정상회담 시기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달 중 윤 대통령 방일 일정과 공동 선언 발표 등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