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진. WKBL 제공"꾸준히 하면 언제든지 기회는 옵니다."
프로 21년 차. 팀의 사령탑과 고작 2살 차다. 여자프로농구 최고령 기록에 이름을 새기고 있지만, 여전히 코트 위에서 후배들 사이로 몸을 날린다. 마음 속에서 언제나 농구가 처음이었고, 언제나 농구에 진심이었던 한채진(40, 신한은행)이기에 가능한 스토리다.
한채진은 지난 6일 열린 2022-2023시즌 WBK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한채진은 "이 자리에 또 설 수 있을 거라 생각을 못했다. 감사드려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 어렸을 때부터 도와준 모든 선생님들, 내가 독하게 마음을 먹도록 가르쳐주셨다.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는데 같이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 후회 없이 농구를 한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많이 배운다. 나이가 많지만, 모든 선수들의 본보기가 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 덕분에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게 된 것 같다. 항상 내 마음 속에는 농구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눈물을 훔쳤다.
프로 21년 차, 최고령 선수. 그저 나이로 코트에 설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니다. 이번 시즌 출전 시간이 조금 줄었지만, 지난 시즌까지도 35분 가까이 코트를 누빌 정도로 완벽한 준비를 했기 때문.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도 "한채진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몇 년은 더 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한채진도 조금씩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다.
한채진은 "어렸을 때 잘 다져진 농구를 배웠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잘 배운 것을 토대로 지금까지 하고 있다"면서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고, 농구에 진심이려고 노력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은퇴도)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루하루 열심히 농구를 하고는 있는데, (은퇴)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 플레이오프가 남았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채진. WKBL 제공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2008년 금호생명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신한은행(전신 현대 포함)에서는 출전 기회를 잡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적 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에 지금의 한채진이 존재할 수 있었다.
한채진은 후배들을 향해 "어린 선수들을 보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안 됐을 때 좌절이 빨리 오는 것 같다. 농구를 잘하는 선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다만 꾸준히 하면 언제든지 기회가 온다. 기회를 잡으면 다들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채진의 소감이 끝나자 신한은행 후배들이 외쳤다. "인생은 마흔부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