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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춘 전 싱가포르 대사는 "언론의 ''서거(逝去)''라는 표현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할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며 "가급적이면 더 자세히 보도해야 할 직업언론의 과업으로 볼 때 이번 경우에는 당연히 ''''자살(自殺)''''"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사는 24일 ''조갑제닷컴''에 올린 ''前 대통령 盧武鉉의 죽음''이라는 글에서 "존대어가 무성한 우리말에서 ''''서거''''는 죽음을 높이는 말이다. 現職이거나 前職이거나 대통령과 같은 지고한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그냥 죽어도 逝去라고 할 만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현직에서 물러난 者가 검찰에 출두하여 賂物 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起訴 당하기 거의 직전에 自決한 것을 두고 ''''逝去''''라고 하면 民主主義에서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하거나 순직한 것도 아닌데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할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며 "''서거''라는 표현은 상식의 세계를 뛰어 넘은 문명 이전의 상태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전 대사는 "盧 전 대통령의 죽음을 ''''서거''''로 일컫는 것은 한국의 정치 내막을 투영하는 것 같다"며 "盧 전 대통령의 ''자살''을 ''''서거''''라고 해야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전 대사는 "노 전 대통령은 죽으면서 大人다운 면을 유서로 남겼다"면서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火葬해라''라고 한 것은 케케묵은 국가주의 숭배 전통을 버리지 못하는 한국에서 권력의 정상을 누렸던 者가 그렇게 유언을 남긴 것은 참으로 갸륵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갑제씨도 지난 23일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보도와 관련해 ''''존재하지도 않은 역풍이 불어라고 선동하는 투''''라고 비판한 뒤 "기사는 사실을 전하는 게 먼저이지 애도를 유도하는 단어를 쓰면 안된다"며 ''서거''표현은 잘못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