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인근의 한 골프장.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김대한 기자코로나 이후 골프는 전 세대를 아우르며 보편적 취미로 자리 잡았다. 골프 인구가 급증한 상황에서 '골프 스폰'을 통한 신종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 밴드에서 '골프 스폰' 클럽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며, 게시글에서는 '콘돔 필수'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글이 다수 게재돼있었다.
기자가 직접 '능력 있는 남성과 귀엽고 예쁜 여성은 함께 할 자격이 있다'는 밴드에 가입해 골프 스폰을 희망하는 여성과 남성을 취재했다.
"저에겐 특별한 게 있답니다"…월 페이 500만 원 희망
스폰남과 스폰녀를 매칭해주는 네이버 밴드에 가입했다. 회원들은 나이와 성별 그리고 지역을 기재했다.
간단한 프로필과 함께 스폰서를 원하는 여자와 스폰서가 되려는 남자들의 게시글이 뒤엉켜있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여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속옷 사이즈와 몸매 등 간단한 자기 소개글이 담겨있다. 종종 '콘돔 필수'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여러 게시글 중 "통통하지만, 특별한 게 있다"는 게시글에 연락을 시도했다.
댓글을 달자 1분 만에 연락이 닿았다. 주고받은 댓글을 요약하면 미팅 후 본인이 마음에 들면 향후 '월 500만 원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취재를 위해 수락했고 네이버 라인을 통해 대화를 이어 나갔다. 여자는 자신을 90년생으로 소개하며 "본인이 거주 중인 경기 부천에서 첫 면접 후 이후 주 1회 만남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첫 달은 외박이 어렵지만, 신뢰가 쌓이면 가능하다"고 덧붙이며 성매매를 암시했다.
골프 스폰의 취지가 무색하게 골프 라운딩은 당분간 함께할 수 없고 주 1회 데이트 시간만 보낼 수 있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전 한심한 놈들과 달라요"…42살 男, 20대 女에게 스폰 약속
이번에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24살 여성으로 프로필을 변경했다. 아이디는 '쀼블리'.
건강하고 진솔한 생각을 가진 42살 남자로 본인을 소개하며 '6개월 정도 꾸준히 스폰을 하고 싶다'는 게시글에 접근했다.
댓글을 단지 10초 만에 네이버 라인 아이디를 남기며 연락을 요구했다.
이후 월 30만 원에 매주 1회, 1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만남을 가지고 싶다고 접근했다. 외박은 부담스럽다고 한다.
이 남성 역시 면접 후 스폰 진행을 정해보자는 말과 함께 골프 라운딩 비용(식사 포함)은 전액 지불해주겠다고 했다.
다만, 이 남성은 "골프 전에 '만남'을 가져야 한다"며 "신체 사이즈와 사진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을 공개하면 유포 등이 걱정된다는 말에 "그런 한심한 분들과는 거리가 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자신을 서울 소재의 한 바이오 회사의 직원으로 소개하며 4월부터는 '센터장'이 되니 그때는 스폰 금액을 더 올려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내일 당장 만나자는 말"을 끝으로 해당 남성의 아이디를 차단했다.
"골프 성매매 구매자‧판매자‧알선자 처벌 어려워"
성매매처벌법에 따르면 성을 매매하거나 매수하는 자 알선하는 자 모두를 처벌하도록 되어있다.
'성매매'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收受)하거나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성교행위 또는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을 통한 유사 성매매와 알선행위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성매매 알선을 위해 소개시켜주고 그로 인해 영리를 접하게 되면 처벌이 가능하다"며 "구매자와 판매자는 당연하고 현금 거래 정황 등을 통해 현행법상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 비용을 남성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페이는 00만 원으로 생각한다' '첫 달 이후 외박이 가능하다' 등 우회적인 표현으로 성매매 구매자와 판매자들은 직접적인 표현을 숨기고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이에 따라 직접적으로 대가를 통한 성매매를 말하지 않는 이상 처벌이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성매매는 처벌법상 미수에 그치면 처벌할 수 없다.
한 변호사는 "성매매 알선의 경우 미수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명확한 대가성 성매매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처벌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골프를 통한 '스폰 성매매'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방식이 아니기에 경찰 역시 이에 대한 단속은 따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단속은 성매매 직전 급습해 단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골프를 이용한 변종 성매매 방식은 접촉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