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세터 이윤정. 한국배구연맹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유독 자주 언급하는 이름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애정도 그만큼 각별하다.
주전 세터 이윤정(26·172cm)에 대한 이야기다. 김 감독은 이윤정에게 당근과 채찍을 고루 주면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윤정은 지난 시즌 만 25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신인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또 프로 입단 전 수원시청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2021-2022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해 최초의 중고 신인상을 차지하는 영예까지 동시에 누렸다.
프로 데뷔 2년 차를 맞은 올 시즌에는 김 감독의 기대가 더 커졌다. 팀이 졌을 땐 가차 없이 쓴소리를 했고, 좋은 경기력을 보였을 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의 5라운드 맞대결이 열린 14일 경기도 수원체육관. 김 감독은 경기 전 이윤정에 대해 "항상 시도하는 패턴이 아닌 다른 플레이를 많이 해보라고 주문했다"면서 "경기를 하면서 상대의 수를 읽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직전 GS칼텍스전 패배 후에도 비슷한 요지의 쓴소리를 남긴 바 있다. 김 감독은 "보이는 토스만 시도한다. 여유가 있을 땐 과감해야 한다"고 이윤정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선발 세터에 대해서는 "변화는 없다"면서 변치 않는 신뢰를 보냈다.
이윤정은 이날 김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보답했다. 이윤정의 지휘 아래 캣벨(22점), 박정아(18점), 배유나(10점) 등 주축 선수들이 화력을 맘껏 뽐냈다. 팀의 세트 스코어 3 대 1(21-25, 25-21, 25-20, 25-20) 승리에 앞장섰다.
승점 3을 수확한 도로공사는 16승 12패 승점 47을 기록, 4위 KGC인삼공사(승점 41)를 6점 차로 따돌리고 3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이윤정은 경기 후 "중위권 승점 격차가 얼마 나지 않은 상황이라 매 경기가 중요하다"면서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점 3을 따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이윤정. 수원=김조휘 기자최근 김 감독에게 쓴소리를 많이 듣긴 했지만,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활약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이윤정은 "감독님은 칭찬에 인색하신 편이다. 항상 '모든 것은 세터의 잘못'이라고 하시는 분"이라며 "솔직히 서운할 때도 많지만 '내 맘은 그게 아니었다'면서 바로 풀어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적으로 잘 컨트롤해 주셔서 강하게 크는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주문한 과감한 플레이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 안정적인 플레이만 한다고 하셔서 속공과 빠른 볼 전개 등을 위해 훈련할 때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서 "나와 감독님이 생각하는 플레이가 안 맞을 때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플레이를 과감하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 캣벨과 호흡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윤정은 "캣벨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격적인 부분이 잘 맞아가고 있다"고 웃었다. 캣벨도 "(이)윤정이와 서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터로서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부담을 덜어주려고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또 다른 세터 이고은이 페퍼저축은행으로 떠나면서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세트 수와 출전 경기 수도 늘어났다. 이에 이윤정은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겨내고 싶다"면서 "더 발전하기 위한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봄 배구에 대한 다부진 각오도 드러냈다. 이윤정은 "모든 경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면서 "봄 배구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자신감은 항상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