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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행 본격화後 월별 출생아 15%↓…"서비스직 타격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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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력, 재택근무 어려운 대면 필수직종 여성에 직접적 영향
'n차 유행' 파고 커질 때마다 하락 폭 더 커졌다가 반등 양상
"과거 천재지변보다는 출생률 감소 적어…고령층이 더 큰 피해"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사람 간의 접촉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우리 사회는 거리두기에 익숙해졌다. 결혼을 준비하던 커플들은 예식 참석인원을 제한하는 정부의 방역수칙에 따라 결혼식을 수차례 연기했고, 자녀계획을 미룬 부부들도 상당수였다.
 
이에 2020년 1월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 수는 종전보다 더 큰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 자체가 어려운 서비스판매직 등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타격이 컸다.
 
국내 월별 출생아 수 추이(2012년 1월~2022년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국내 월별 출생아 수 추이(2012년 1월~2022년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진전 시대의 한국 인구 변동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월별 출생아는 2020년 10월 -14.6%, 11월 -15.5% 등 약 15%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통상 임신기간이 9개월임을 고려했을 때, 이 시기는 코로나19 확산이 출산에 영향을 미친 가장 최초의 시점이라 볼 수 있다.
 
'마이너스 15%'는 2012년 이후 나타난 전년도 같은 달 대비 출생아 수 감소 중 가장 큰 규모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초기의 충격으로 적잖은 사람들이 임신을 주저했다는 게 보사연의 분석이다. 한국의 월별 출생아는 2012년 약 4만 명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줄어 2016년 3만 수준으로 하락했고, 이후 약 2만 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이후 전년 동월 대비 출산아 수 변화율(2020~2022년). 보사연 제공 한국의 코로나19 이후 전년 동월 대비 출산아 수 변화율(2020~2022년). 보사연 제공 
다만, 코로나 2년차인 2021년 1~2월의 월별 출생아는 과거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감소율로 돌아섰다. 같은 해 3~11월까지는 거의 모든 달에서 오히려 코로나19 이전 평균보다 낮은 감소율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로도 출산은 유행 규모가 커질 때마다 감소했다가 시간이 경과하며 소폭 반등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델타 변이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1년 12월에 태어난 아이 수는 하락 평균치보다 훨씬 높고 과거 최대 감소 폭과는 유사한 -13.0%를 기록했다. 앞서 그 해 1~2월까지 진행된 '3차 유행'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해당 연구는 작년 6월까지의 월별 출생아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재작년 겨울을 휩쓴 델타 변이, 지난해 5·6차 대유행을 주도하며 국민 대부분을 감염시킨 오미크론 변이가 출산에 미친 영향은 추가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母)의 직업별 전년 대비 출생아 수 변화율. 보사연 제공 모(母)의 직업별 전년 대비 출생아 수 변화율. 보사연 제공 
임신·출산을 '더' 망설인 쪽은 저학력 또는 재택근무가 어려운 서비스직 종사자들이었다. 감염병 재난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계 기반이 취약한 여성들이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학력별로 출생아 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20년 10월 기준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여성(-17%)은 대학교 혹은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지닌 여성들(각각 -14%, -13%)보다 출산이 더 크게 감소했다.
 
특히 2020년 12월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여성들은 출생아 감소 폭이 -5~6%까지 줄어든 반면 고졸 이하 여성들(-15%)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로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적응과 회복이 더 더디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펼친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직군별로 더 차별적인 결과를 낳았다. 서비스판매직 여성의 경우,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7~2019년도에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보였으나 2020년 대폭 감소했다. 2017~2019년 10~12월에는 평균 최대 35%의 증가 폭을 기록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10%대로 급감한 것이다.
 
이에 반해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코로나 첫해인 2020년 10~11월 -7%, -6%의 감소율을 보였다가 12월에는 3% 증가로 반등했다.
 
이밖에 △단순노무 및 기타 △학생·가사·무직 등에 속하는 여성들이 관리자전문가나 사무직, 서비스판매직보다 높은 출산 감소율을 나타냈다.
 
보사연은 "팬데믹 기간에 확산된 재택근무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대면접촉이 불가피한 필수 업종에 해당하는 서비스판매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재택근무 및 일·가정 양립 혜택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의 출산율 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대체로 출산 의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데엔 별로 이견이 없다. 해외 연구진이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을 대상으로 유행 초기 출산의도를 조사한 결과, 당초 2020년에 자녀를 가지려 계획한 사람의 73%가 출산계획을 유보하거나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보사연이 2020년 6월 25~39세 기혼여성 약 3500명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조사대상자의 31.2%는 출산 의향이 하락했고, 27.5%는 출산계획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학계에서는 코로나19가 출산에 대해 과거 천재지변·감염병과 같은 정도의 파급력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는 재난 이후 사망률이 최고조로 달한 다음 출산율이 약 1년 이내에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그때는 가임기 여성들이 사망하거나 피해를 받은 당사자였다는 점이 가장 컸다. 일정기간이 지나 출생아가 반등하는 데엔 사망한 자녀를 대체하고자 하는 부모들의 욕망, 자녀들의 생존 확률에 대한 기대 변화 등이 반영됐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예전 전염병과 달리 잠재적으로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젊은층보다 노인들에게 훨씬 큰 위협이 됐다. 또 당시처럼 아동 사망률이 높지도 않은 데다 의료과학기술이 미치는 영향 등도 더불어 감안해야 한다는 게 보사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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