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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도, 한국에도 날아온 '풍선' 뭐길래…다시 불붙은 미중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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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미 공군 F-22, 자칭 '기상 관측용 중국 민간 풍선' 미사일로 격추
군사적 가치 별로 없지만, ICBM 기지 정찰하고 오랜 기간 떠 있어
과거 미국도 U-2 정찰기 똑같이 둘러대…왔다는 것 자체가 불안
중국, 대미 강력 반발…전문가 "잡아떼는 게 원래 중국 패턴"
균형추 역할 제3자 없는 미중갈등 현실…남북관계와도 비슷

연합뉴스연합뉴스
뜬금없는 '풍선'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했던 미중관계를 흔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3일(현지시간) 중국의 자칭 '기상 관측용 민간 풍선'을 문제삼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취소했고, 4일(현지시간)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앞 대서양 상공에서 이 풍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5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에서 "중국은 민간 무인비행선 공격을 위한 미국의 무력사용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명했다"며 "해당 비행선이 민간용이며 불가항력으로 인해 미국에 입국한 것은 완전히 우발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미국 측에 거듭 통보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별로 믿지 않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지난 5일 우리나라에도 연천 상공에 북한의 기상관측용 풍선이 나타났다가, 동해로 빠져나갔다. 둘 다 별다른 위협이 되지는 못한다지만, 미중갈등에 다시 불이 붙은 이유는 뭘까.

군사적 가치는 별로 없다지만…대서양 나가자마자 격추시킨 미국

지난해 12월 군산 공군기지에 전개된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 국방부 제공지난해 12월 군산 공군기지에 전개된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 국방부 제공
미국 정부는 4일(현지시간) 오후 공군 F-22 전투기를 동원, AIM-9X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 대서양 상공에서 중국 풍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 풍선이 영공에 진입한 것을 탐지한 것은 지난달 28일의 일이다. 풍선은 그 자체로는 군사적 가치가 높지 않다. 내구성이 형편없는데다 속도가 느리고, 탑재중량(페이로드)이 적어 실을 수 있는 장비도 별로 없다.

지구를 계속 돌기 때문에 몇 시간에 한 번씩만 한 곳을 볼 수 있는 정찰위성과 달리, 그보다 낮은 고도에서 한 곳에 계속 머무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정도의 장점은 있다. 하지만 위성과 무인기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런 풍선은 가치가 더욱 낮아지게 된다.

문제는 이 풍선이 미국의 전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가 있는 몬태나주 상공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이 때 격추하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잔해가 떨어지면서 지상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를 접었고, 대서양 상공으로 빠져나간 뒤에야 격추시켰다.

한편 이는 세계 최고 성능의 스텔스 전투기로 꼽히는 F-22의 첫 공대공 실전 격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실상 '스파이 풍선' 간주…북한 무인기 등 사례 보면, 심리적 요인 더 큰 듯

중국 정부는 이 풍선이 '민간용 기상관측 풍선'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이를 믿지 않는다. 당장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이 '고고도 정찰기구(surveillance balloon)'라고 표현하는 등 이를 사실상 '스파이 풍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군사적인 위협은 사실상 없다고 미국 스스로 밝혔으면서도, 가만히 둘 수는 없다는 논리다. 이는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소형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해 서울, 특히 P73 비행금지구역까지 침범하고 북한으로 유유히 돌아간 사실에서도 이유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탑재된 장비가 무엇이었는지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미중갈등이 한창인 상황에서 사실상의 적국 비행체가 자국 상공에 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도 무인기 사건의 의도에 대해 "아군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교란 활동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혼란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더욱이 중국의 주특기 중 하나는 회색지대(gray zone, 전투나 전쟁 위험을 피해 일부러 점진적이고 애매모호하게 목표 달성을 노리는 것) 분쟁이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등과 영토분쟁을 벌일 때 중국이 동원하는 것이 민간 선박을 모아 무력시위를 하는 '해상민병대'인데, 민간인이라고 주장하긴 하지만 중국 정부의 사주를 받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민간인'이므로 군이 함부로 공격을 가하기도 어렵다.

또다른 이유는 미국도 이번 사건과 똑같이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찰위성이 실용화되지 못했을 때 미국은 적국 상공에 정찰기를 띄워 항공사진을 찍어 오곤 했다. 소련도 최선을 다해 이를 격추시키려고 했지만, 정찰기가 미사일보다 더 빠르거나(SR-71) 미사일의 사정거리보다 더 높이 비행하는(U-2) 통에 쉽지는 않았었다.

U-2 정찰기. 연합뉴스U-2 정찰기. 연합뉴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듯 1960년 소련이 자국 영공에서 U-2 정찰기를 격추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은 '기상관측용 기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소련이 조종사 게리 파워즈와 함께 잔해에서 수거된 정찰장비까지 증거로 들이대자 입장이 궁색해졌다. 미국 스스로가 과거에 그랬던 만큼 이번에 중국의 주장을 믿을 수 없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미국은 현재 대서양에서 이 풍선의 잔해를 수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만약 정찰 관련 장비가 나올 경우엔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중국, 외교라인·전문가·관영매체로 강력 반발…당분간은 '갈등 격화' 불가피

한편 사건을 일으킨 중국은 해당 풍선이 자국 것이라고 시인은 하면서도 미국이 이를 격추시킨 일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셰펑 부부장(차관)이 주중 미국대사관 라인을 통해 미 당국에 항의했다고 6일 발표하면서, "중국 측은 비행선이 민간용이며 불가항력으로 인해 미국에 입국한 것은 완전히 우발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미국 측에 거듭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이상만 교수는 "한국의 사드 배치와 한한령(限韓令)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중국은 본래 이런 일은 정부가 시키지 않았고 민간이 했다고 떠넘기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ICBM 기지를 정찰했기 때문에 민간용이라고 잡아뗄 수밖에 없고, 관영매체와 친정부 전문가를 동원해 주장을 펼친 뒤 네티즌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사고를 '정치적 희극'(political farce)으로 만드는 것은 위기에 대처하는 미국의 무능함을 부각시키고, 풍선 사건에 대한 미국의 무례한 처리는 중미관계를 탈선시킬 위험이 있는 심각한 도발"이라며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진찬롱 교수는 5일 웨이보에 문제의 비행체를 '유랑 풍선'으로 규정하며 이 비행체가 미국 영공에 진입한 것은 "일종의 사고"라며, 그런데도 "미국이 많은 걸 과장하고 과잉 반응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SNS에 이전에 두드러지지 않았던 대미 공격성 글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실제 웨이보에 올라온 "미국 군용기나 선박이 중국 영공과 영해에 들어오면 그걸 공격한다고 해서 비난하지 말아달라"는거나 "중국 비행선이 미국에서 격추된 것과 마찬가지로 낸시 펠로시 같은 인물이 다시 온다면 격추해야 할 것" 같은 글을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는 "이번 사건보다 더 큰 2001년 하이난섬 미중 정찰기 충돌 사건에서도 서로 상황 관리는 했었다"며 "미중 모두 파국에 이르는 것은 부담스러워하기에 일단은 치열하게 싸우되, 나중에 가서는 적당히 조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무인기 사건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남북관계와 마찬가지로, 미중 사이에 균형추 역할을 하고 신뢰를 쌓게 도와줄 만한 제3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이번 사태의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 비슷한 구도인 남북관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상만 교수는 "서로 신뢰 구축을 하려면 양보가 필요한데, 현재 미중관계는 과거 미소관계와 비슷하다. 당시엔 강력한 제3자로서 중국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며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제3자로 인도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데 인도가 쿼드나 인도-태평양 전략 등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구도로 계속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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