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의 한옥마을 인근에 설치된 핼러윈 참사 희생자 전주 합동분향소. 고인이 된 문효균씨의 어머니 이기자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효균씨의 아버지 문성철씨는 아내의 편지에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송승민 기자"그리워. 보고 싶어.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내 아들을 안아보고 싶어. 아들 없는 세상을 엄마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故 문효균씨의 어머니 이기자씨. 핼러윈 참사로 자녀를 떠나보낸 이들이 참사 발생 100일을 맞아 전북 전주의 한옥마을 인근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추모제를 연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전주의 분향소는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주말만이라도 분향소를 설치하게 해달라"는 유족의 요구에도 전주시가 어떠한 답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핼러윈 참사 유족들은 참사 발생 100일인 5일 오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전주 합동분향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문성철씨(故 문효균씨 父)는 "사건이 터졌을 때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절망감에 사로잡혀 한 달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가족과 슬픔을 나누고 힘을 얻고자 했는데, 일을 해야 하는 한계에 서울에 갈 수 없었다"며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전주에) 분향소를 설치했고 설 차례 상을 차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저희들이 바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지리라 믿었다"면서 "지금 와서 보니 전혀 밝혀진 게 없다"고 말을 이었다.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오가는 곳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전주 합동분향소'. 송승민 기자
유족들은 분향소가 철거되지 않고 계속되길 바라고 있다.
문씨는 "분향소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유족들의 치유의 장소"라며 "시민들에게 사고가 있다고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장소"라고 했다. 또 "이 분향소는 목숨과 같은 장소다. 집에 가도 편하지 않고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다"며 "분향소만 오면 먼저 간 아이들 이야기하면서 웃는다. 살아있는 이유가 됐다"고 유가족이 갖는 분향소의 의미를 전했다.
또 "분향소는 목숨과도 같은 장소다. 유가족은 아이들이 왜 그렇게 갔는지 최소한의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분향소를 지키겠다"며 "제 목숨을 내달라면 내주겠다. 분향소를 유지하는 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주시는 아직까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에 살고 있는 김순임(61)씨가 5일 오후 분향소를 찾았다. 송승민 기자이날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은 고인을 기리며 눈물을 보였다.
완주군 구이면에 사는 김순임(62)씨는 "뉴스로만 접하고 가슴 아파하고 했지만, 막상 와서 이 젊은 청춘들을 보니까 눈물이 저절로 난다"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눈물을 보이던 김씨는 "(분향소가) 더 유지됐으면 좋겠다"며 "'언젠가 (분향소에) 와서 한번 (추모를) 해야지'라 생각하면서 '좋은데 가시라'고 기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은 이날 떠나보낸 자녀에게 편지를 보냈다.
한편, 유족들은 이날 오후 6시 30분 분향소 앞에서 전주 시민추모제를 진행한다.
▶ 故 문효균씨의 어머니 이기자씨 편지 |
아직도 내 아들이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너무 슬퍼. 가만히 눈 감고 있으면 군복 입고 벌초하는 멋있고 근사한 너의 모습이 생각나서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지네. 엄마는 좋은 걸 봐도 행복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아. 말할 때 툭 던지는 시크하면서도 정이 느껴지는 말투도 그리워. 네가 집에 내려오면 항상 엄마하고 드라이브하고 쇼핑하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 떨고 이런 일상의 행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네. 그리워. 보고 싶어.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내 아들을 안아보고 싶어. 엄마 김치가 제일 맛있다던 내 아들. 한 달에 2-3번 김치를 담가도 너무 행복했는데… 이번에 김장이랑 수육 해서 밥 먹자고 목요일에 아빠랑 통화했는데… 이게 마지막이었어. 내 아들이 사라졌어요. 아들 없는 세상을 엄마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오늘 엄마 꿈에 햇살처럼 따스하고 환한 미소로 웃어주네. 엄마 꿈에 멋있는 얼굴 보여줘서 너무나 고맙고 사랑한다 아들아. 너의 친구가 그러더라. 효균이는 언제 어디서나 멋진 사람이라 그곳에서도 잘 지낼 거라고 하네. 그래 잘 지내야 돼. 엄마도 우리 아들이 어떻게 해서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는지 밝혀내고 효균이 곁으로 갈 때까지 이 악물고 건강하게 잘 지낼게. 그렇게 효균이를 당당하게 보고 싶구나. 효균아 진상을 밝혀낼 수 있도록 엄마에게 힘을 다오. 그날까지 꺾이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용기를 다오. 사랑한다. 온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내 아들 효균아. 사랑한다 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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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추인영씨 어머니 황명자씨 편지 |
우리 인영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00일이라고 하네. 엄마는 우리 인영이가 추모관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마음이 아파. 지금쯤이면 집에 와서 같이 지내면서 보름이라고 찰밥도 같이 먹고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너와 함께 보냈던 평범했던 일상이 너무나 그립구나. 너의 어릴 적 재롱잔치를 보고 울고 웃고 커서 예쁘게 하고 다니면서 사진 찍은 너를 볼 때마다 참 잘 컸는데. 그런 네가 지금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아. 무슨 일이나 언제나 열심히 하는 우리 인영이가 너무 그립다. 아직은 너무 꿈같고 진짜 너무 긴 영화를 보는 느낌이야. 내가 보는 영화가 끝나면 네가 웃으면서 "엄마"하고 올까 하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가 안 끝나네. 이제 어렵지만 영화가 현실인 걸 알 시기가 된 거 같아 너무 슬퍼. 종이에만 베어도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던 인영아. 네가 감당할 수 있던 아픔이었니?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네가 아무 고통 없이 마지막을 맞이했기를 빌고 있어. 엄마는 잘 지내다 갈 거니까 혹시라도 걱정 말고 하늘에서 주어진 네 명대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인영이 있는 곳에 가면 웃으면서 보자. 너무 빨리 왔다고 좋아하지 말고 너무 늦게 왔다고 슬퍼하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기다리지 말고. 엄마가 인영이가 우리 곁을 떠나게 된 마지막 순간의 진실을 꼭 밝혀내고 갈 수 있도록 엄마 힘내라고 응원해줘.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누구보다 밝게 빛나서 주변을 밝게 빛내던 인영아. 엄마가 나중에 거기서도 한 번에 찾을 수 있게 거기서도 빛나고 있어. 진짜 우리 딸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웠어.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고마웠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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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김미정씨 어머니 박랑주씨 편지 |
사랑스러운 내 딸 미정아 너무 많이 보고 싶다. 엄마는 내 딸이 보고 싶어 밤이면 밤마다 생각이 나 눈물이 흐른다. 엄마도 내 딸이 이렇게나 보고 싶은데 내 딸도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보석 같은 내 딸이 하늘나라의 별이 됐다. 어디선가 내 품에 안길 것만 같은 미정아. 우리 사 남매의 기쁨이자 애인 같던 아빠 대신 동생을 챙기던 내 딸이 문득문득 생각나 내 눈앞을 가려. 보고 싶은 내 딸 미정이 야속하겠지만 한 번만 엄마 꿈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보여줘. 항상 전화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내가 엄마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던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 금쪽같은 내 딸 미정아. 미정이라고 불러도 대답이 없어 보고 싶어. 하늘나라에선 고생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세계여행도 하면서 잘 살아.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잊지 않고 기억할게. 시간이 가면 잊힐 줄 알았는데 잊히긴커녕 더더욱 보고 싶다. 하늘나라에서는 꼭 행복해 사랑해 미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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