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MZ세대여, 기금소진 걱정 말고 '국가의 지급보장'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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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국민연금은 개인 투자수단 아닌 국가 복지제도
우려해야할 것은 기금소진 보다는 낮은 보장성
고령사회 생산인구 감소…사회 전체가 부담 나눠야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최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장기전망 결과 2055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발표를 한 후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특히 90년대생들은 은퇴할 시점에 기금이 소진된다고 하니 걱정을 넘어 불만이 큰 듯하다.
 
기금이 소진되어도 미래세대에게서 보험료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연금 지급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팩트'를 이야기해도 일부에서는 '그것이 다단계사기가 아니고 뭔가', '차라리 지금까지 낸 것 다 돌려주고 국민연금 폐지하는 것이 낫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개인의 금융투자 수단이 아니라 노후세대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복지제도이다. 국민연금을 적립식이 아니라 부과식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제도가 개인이 낸 보험료를 적립해서 불려서 돌려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식세대에게 보험료를 부과해서 그것을 은퇴한 부모세대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를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것을 국가가 관할하는 것은 개인에게 맡겨두면 민간보험회사의 영리 추구에 휘둘릴 것이라는 점, 양극화로 인해 제대로 노후준비를 할 수 없는 계층이 많을 것이라는 점, 그 경우 그들의 자녀가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별다른 노후대책이 없는 현재의 은퇴세대, 즉 90년대생의 조부모 세대의 소득안전망으로 역할해 왔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이제 막 은퇴시기에 접어든 베이비부머세대, 즉 90년대생의 부모세대도 최소한의 소득안전망으로 역할할 것이다. 즉 90년대생들이 앞으로 내게 될 국민연금 보험료는 그들의 조부모와 부모세대의 연금으로 지급되어 그들의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역할한다.
 
만일 지금 기금을 다 돌려주고 국민연금을 폐지한다고 하자. 그러면 당장 은퇴 세대들의 생계는 어떻게 보장할까? 결국 자녀세대가 직접 부양해야 하게 될 것이므로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부과식 국민연금하에서는 기금 축적은 필요 없다. 이러한 제도적 본질은 국민연금이 1988년 생겨날 때부터 그러했다. 단지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당장의 은퇴세대가 없었고 베이비부머들의 숫자가 많아 보험료 수입이 연금을 지급하고도 남아 기금으로 쌓였던 것이다. 이 기금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와 소멸과 함께 자연스럽게 현금화되어서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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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금이 있어야만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어지더니 이제 기금이 고갈될 것이므로 미래 세대가 연금 지급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왜곡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유포되고 있다.
 
부과식 하에서도 적립금을 일부 운용해서 보험료 수입과 지출이 차이가 날 때 이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금이 있어야만 연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것은 오해이다. 더구나 이러한 생각에서 기금을 쌓기 위한 용도로 추가 보험료를 걷는 것은 기금 유지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다.

90년대생이 진정으로 우려해야 할 것은 기금소진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낮아서 이것으로 최소한의 노후 생계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공적연금 제도가 은퇴세대를 잘 받쳐주기 때문에 노인빈곤율이 매우 낮고 다들 은퇴가 빨리 도래하기를 고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불충분하다보니 노후가 불안하여 삶의 만족도가 낮고 생산적인 활동보다 재테크에 몰두하게 된다. 따라서 90년대생들이 국가에게 우선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은 보장성을 더 올려 국민연금 하나만으로도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는 노후를 맞게 해달라는 것이어야 한다.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드는 재원 마련을 목적에서 보험료를 소폭 올린다면 연금재정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데 어쨌든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된다면 그 후 미래세대의 보험료가 매우 높아지는 문제는 어떻게 할까? 단기적으로는 경제활동참가율을 늘려 보험료 수입을 늘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중기적으로는 생산인구에게만 은퇴세대를 부양하게 하는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인구의 절반이 은퇴세대인 미래에 그러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생산인구가 줄어든 미래에는 그 부담을 사회 전체가 나눠서 져야한다. 고령화에 직면한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보험료 이외에 국고를 투입하고 있는 것은 과거 인구 증가 시기에 설계된 공적연금제도를 고령화 시기에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본질은 국민들의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이며, 시대와 사회변화에 따라 보험료 부담 방식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국민연금을 '연금'이라는 좁은 프레임을 가지고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큰 틀로 접근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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