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일터에서 일어나는 산재 사망사고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1년을 맞이한 가운데,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법 시행 전보다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소극적인 법 집행으로 법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과 정부의 정책까지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에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256명의 노동자가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법 시행 전인 2021년에는 24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를 막겠다며 법을 시행한 뒤 오히려 사망자가 소폭 늘어난 상황이다.
노동계는 이같은 현상이 관계기관의 소극적인 법 집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27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229건 가운데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단 11건으로 비율은 4.8%에 그쳤다.
부산지역에서도 지난해 발생한 사망사고 29건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조사한 경우는 8건에 불과했고,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단 2건 뿐이었다.
27일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선전전을 열고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사망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고 외쳤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제공노동계에서는 강한 처벌을 통해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입법 취지가 훼소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진현 부산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은 "중대재해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져야 경각심을 갖고 예방이 이뤄질 텐데, 제대로 처벌이 이뤄진 사례나 경영책임자 가운데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면서 "'보다 강한 처벌'이라는 입법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중대재해 관련 정책을 처벌 위주에서 '자기규율 예방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해 노동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27일 부산에서 선전전을 통해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적용·정착하지도 않은 시점에 정부가 이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수정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50인 미만 등 사업장 규모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는 것에 더해 최대 이익을 내는 게 목적인 기업의 자율에 노동자의 안전을 맡기려고 한다"며 "법이 오히려 기업이 처벌을 피하고 꼼수를 부릴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