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마디 없었다"…농협 '괴롭힘 사망'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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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연결: 이진 씨(고 이용문 씨 동생)

레슬링 주장·과대표 했던 형
즐거웠던 직장생활, 갑자기 악몽으로
증거 담긴 컴퓨터, 휴가 이후 사라져
괴롭힘에도 불구…조사 결과 '무혐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개정되길"



◇정다운> 상관의 괴롭힘과 폭행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홍영 검사. 이 사건의 가해자인 전직 부장검사가 최근 항소심에서도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요.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은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 조직은 물론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많은 번듯한 직장에도 예외 없이 존재합니다.   지난 12일 전북 장수의 한 농협에서 계장으로 일하던 고 이용문 씨도 그렇게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 씨는 유서에서 센터장인 권모씨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적었습니다. 고 이용문 씨의 동생 이진 씨 연결해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동생분 나와 계신가요?
 
◆이진>  네 안녕하세요. 고인분 동생인 이진이라고 합니다.
 
◇정다운>  네 안녕하십니까. 먼저 고인께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이진>  네

◇정다운>  형님 소식 먼저 여쭤봐야 될 것 같아요. 이용문 씨가 어디에서 처음 발견되신 거죠?

◆이진>  처음으로 발견된 곳은 본인의 근무지 앞인 장수농협 영농자재 센터 잡곡처리장 앞에서 차에서 이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정다운>  근무지에서 발견이 되신 건데, 가족분들이 처음에 그 소식 전해 듣고 얼마나 놀라셨어요.

◆이진>  처음에는 꿈인가 싶어서 이제 달려갔는데 그게 사실이더라고요 그래서 참 참담한 마음밖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정다운>  '어떤 이유였을 거다'라는 생각이 퍼뜩 드셨나요. 아니면 전혀 예측을 못하셨나요.

◆이진>  저희는 어떠한 이유 때문일 거라고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1차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그런 이유로 많이 호소를 했었고요. 평소에도 이런 이유로 많이 호소를 했었습니다.

◇정다운>  '1차 사건'이라는 말씀을 먼저 해주셨어요. 차근차근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짚어가면서 그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진>  2022년도부터 권○○ 센터장이 부임하면서 그때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은 시작됐습니다.

◇정다운>  센터장 권모 씨.

◆이진>  그로 인해서 9월 27일 날에 결혼을 2주 앞둔 앞에서 1차적인 자살 사건이 있었습니다.

◇정다운>  작년 9월에 결혼을 2주 앞두고 그렇게 힘든 선택을 먼저 한 번 하셨던 적이 있었던 거예요.

◆이진>  예 맞습니다.

전북 장수의 한 농협에서 발생한 '직장내 괴롭힘'으로 계장이던 이용문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기자 회견을 열었다. 김대한 기자전북 장수의 한 농협에서 발생한 '직장내 괴롭힘'으로 계장이던 이용문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기자 회견을 열었다. 김대한 기자
◇정다운>  어떤 식의 괴롭힘이 있었던 거죠?

◆이진>  일단은 인격 모독과 그냥 조롱 등은 기본이고요. 상하 관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찍어 누르는 등…. 금품 갈취 정황도 있었고요.

◇정다운>  금품 갈취 사례를 좀 보니까. 전북 장수에 있는데 서울 노량진 가서 킹크랩을 사 와라 이런 지시를 했다면서요.

◆이진>  네 그런 지시도 있었던 걸로 유언장에서 확인이 되고.

◇정다운>  실제로 가서 본인 사비로 사 온 건가요?

◆이진>  예 그런 걸로 확인했습니다.

◇정다운> 택시를 타고 직접 가서….
   
◆이진> 맞습니다.
   
◇정다운> 아니 그럼 주변 직원들은 그때 뭐 했다.  이런 얘기 혹시 들으신 거 있어요?

◆이진>  그거에 대해서는 저희도 확실하게 얘기 들은 바는 없습니다.

◇정다운>  그럼 다른 직원들 앞에서 그렇게 모욕을 주고 질책하고 따돌렸다.  이 정도의 지금 분위기를 들으셨다는 거네요.

◆이진>  예 맞습니다.

◇정다운>  또 다른 상황들이 있었을까요.

◆이진>  예를 들어서 이제 평소 고인께서는 대장이랑 항문 질환이 있었는데. 그런 이유로 cctv로 개인 동선까지 파악하고 모든 것을 파악을 했습니다. 사생활마저 없었고 인격을 모독을 하는 행위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정다운>  그렇네요. 오늘 가족분들이 경찰 조사를 다녀오신 건가요? 진정서를 내셨다고요.

◆이진>  네 오늘은 노동부에 가서 진정서 제출하고요 농협 중앙회 감사실 가서 진정서 제출하고 왔습니다.

◇정다운>  어떤 내용을 위주로 좀 적으셨을까요.

◆이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분들이랑 직장 내 괴롭힘 방관 및 묵인죄로, 책임자들 상대로 진정서 제출하고 왔습니다.

◇정다운>  사실 직장인 분들 중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우려스러운 건데요. 어린 학생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왜 대처를 못 했을까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 아직도 계실 수 있거든요.  그래서 동생분이 기억하는, 친구분들이 기억하는 이용문 씨. 형님은 어떤 분이셨는 지도 말씀해 주시죠.

◆이진>  제가 생각하는 저희 형은 일단은 순진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본인이 좋아한다고 하면 뭐든지 퍼주려고 하고 본인 것도 아끼지 않고 나눠주는 사람이었고. 군대에 가서도 열심히 하다 다쳐서 국가유공자가 되기도 하였고. 초중고 다 운동을 했습니다. 레슬링을.

◇정다운>  레슬링 선수셨어요.

◆이진>  네. 주장도 하고 전국 체전에서 메달도 많이 땄습니다.

◇정다운>  주장까지 하셨군요.

◆이진>  네 그리고 대학교 가서는 과대까지 하는 등 리더십이 있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항상 보였습니다.

◇정다운>  이 농협에서도 5년간 별 문제없이 근무하셨던 거잖아요.

◆이진>  권○○ 센터장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직원들도 같이 저희 집에 와서 같이 놀고 부모님 얼굴도 같이 보고 매일 소개를 해주는 등 재밌게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정다운>  아니 그런데 그렇게 분위기가 좋았다가 갑자기 한 사람이 옴으로 인해서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형님분도 문제를 제기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회사에서 징계나 분리 조치가 제대로 안 됐습니까?

◆이진>  분리 조치 행위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식적인 인사 발령을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지시만 했으며 결국 사망 전인 2주 전부터는 가해자들과 어떠한 분리도 되지 않았고요.

◇정다운>  계속 (가해자와) 같이 일하신 거예요. 2주 전부터?

◆이진>  예 맞습니다. 형이 평소 카톡을 보면은 그분들의 이름 세 글자만 봐도 치가 떨리고 온몸이 떨린다고 카톡으로 남겨놨어요.

◇정다운>  조사 기간 동안은 잠깐 떨어져 있긴 한 거였습니까?

◆이진>  조사 기간에는 저희 형이 그때 신혼 여행 기간이랑 맞물려서 휴가를 보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다운>  조사 결과는 좀 어땠습니까?

◆이진>  조사 결과로는 무혐의로 났습니다.

◇정다운>  이런 식의 행위들이 있었는데 무혐의가 났어요?

◆이진>  이런 사실들을 모두 다 노무사에게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사와 가해자가 서로 지인 사이라는 것을 노무사 분이 인정을 하셨습니다.

◇정다운>  노무사와 가해자가 아는 사이였고 그래서 조사 내용을 지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시겠네요.

◆이진>  예 맞습니다. 그리고 증거도 같이 인멸시켰다고 저희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다운>  증거까지 인멸했다는 건 무슨 말씀이시죠?

◆이진>  형이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 본인 업무용 PC에다가 시간, 날짜, 초 단위까지 세세하게 어떠한 행동들 어떠한 말투까지도 세세하게 기록을 해놓은 일기장이 있었습니다.

◇정다운>  가해자가 자신에게 억압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그것을 꼼꼼히 적어 놓았는데.  그 컴퓨터가 어디로 사라졌나요?

◆이진>  그 사실을 노무사분을 믿고 다 모두 다 이야기하자마자. 유급 휴가를 들어가기 전에 컴퓨터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갔지만 휴가를 돌아온 후에는 컴퓨터가 모두 다 폐기 처분되어서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정다운>  그 컴퓨터에 그런 걸 적어놨다는 걸 노무사에게 말했는데, 휴가를 다녀왔더니 없어져 있었다고요?

◆이진>  예 맞습니다.

◇정다운>  정말 의심을 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 같습니다.  지금 이런 사건이 발생한 후에 가해자나 혹은 조사를 담당한 노무사가 유가족에게 어떤 입장 표명, 사과했습니까?

◆이진>  일절 없었습니다 가해자는 물론이고 조합장, 노무사까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연락도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어떠한 단어도 없었습니다.

이씨와 권씨의 조사 결과가 담긴 회의록 등.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다. 김대한 기자이씨와 권씨의 조사 결과가 담긴 회의록 등.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다. 김대한 기자
◇정다운>  마지막으로 이제 수사도 진행이 될 거잖아요.  방송을 통해서 이진 씨께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해주시죠.

◆이진>  저도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으로서 상당히 조그만한 혹은 큰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저희 형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적인 폭력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가장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 법이 확실히 개정되어서 모든 사람이 피해 보지 않고 웃으면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다운>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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