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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알고 있었다, '원조 당구 퀸'의 화려한 부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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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당구 퀸, 부활하다' 임정숙이 23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예은을 누르고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PBA'원조 당구 퀸, 부활하다' 임정숙이 23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예은을 누르고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PBA
프로당구(PBA) 출범 시즌을 주름잡았던 '원조 당구 퀸'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상승세에 있던 역대 최연소 챔피언의 우승이 예상됐지만 같은 프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남편은 아내의 우승을 확신하고 있었다.

임정숙(36·크라운해태)이 PBA 여자부 통산 최다 5회 우승을 이뤘다. 임정숙은 23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예은(웰컴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4 대 1(4:11, 11:8, 11:6, 11:5, 11:1)로 제압했다.

통산 5번째 정상 등극이다. 임정숙은 PBA가 출범한 2019-2020시즌 3번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 2연패를 달성했다. '당구 여왕' 김가영(하나카드)과 통산 다승 공동 1위를 이뤘다.

임정숙은 앞서 언급한 대로 PBA 원년을 장식한 당구 퀸이었다. 그러나 2020-2021시즌 준우승 1번에 그치며 3연속 우승을 달성한 이미래(TS샴푸∙푸라닭)에 스포트라이트를 내줬다.

지난 시즌 임정숙은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긴 했다. 그러나 먼저 5승 고지를 밟은 김가영과 거침없이 PBA 여자부 정상급 선수로 떠오른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등 강력한 경쟁자들에 가려졌다. 올 시즌 임정숙은 SK렌터카에서 크라운해태로 이적하는 변화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임정숙은 원조 퀸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역대 최연소 챔피언(21세 7개월)이자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오른 김예은의 기세를 꺾었다. 첫 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부터 특유의 수비와 고감도 뱅크샷을 앞세워 내리 네 세트를 따내는 관록을 뽐냈다.

경기 후 임정숙은 "너무 기분이 좋다"면서 "요즘 삶의 자세를 바꿨더니 우승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너무 상대를 의식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실력 차를 생각하게 된다거나 상대 선수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져 마인트 컨트롤이 안 됐다"면서 "지난 대회부터 상대 선수를 적이라기보다 저한테 문제를 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하면서 안정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아내 최고!' 임정숙이 23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예은을 누르고 우승한 뒤 남편 이종주 프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우리 아내 최고!' 임정숙이 23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예은을 누르고 우승한 뒤 남편 이종주 프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
여기에 알려진 대로 임정숙은 남편의 외조를 톡톡히 받았다. 이날 아내의 결승을 지켜본 이종주(48) 역시 PBA 남자부에서 활약 중인 선수로 임정숙의 당구 스승이기도 하다.

함께 회견장에 들어선 이종주는 "아내가 우승할 줄 알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지난 대회가 끝나고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면서 "아내는 삶의 자세가 변했다고 표현했는데 평상시 운동하는 모습이나 규칙적 생활과 훈련 가세를 보면서 우승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부연이다.

임정숙은 동호인 시절 대한당구연맹 소속 선수로 활약하던 남편에게 당구를 배우다 사귀게 돼 결혼까지 이르렀다. 임정숙은 "당구에 있어서는 긍정적 사람"이라면서 "다른 부분도 그렇지만 당구에 대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 배울 게 많다"고 칭찬했다.

이종주도 "아내와 같이 훈련할 때도 있고, 개인 스케줄 때문에 있어서 따로 훈련할 때도 있다"면서 "대회 일주일 전부터는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레슨해줄 때 칭찬을 많이 한다"면서 "아내가 못 따라와도 혼자 삭히고 별 얘기 안 하고 칭찬한다"고 귀띔했다. 임정숙도 "좋은 말만 해줘서 싸우지 않는 편이라 결혼 10년이 됐는데 남편과 크게 다툰 게 한 손에 꼽는다"면서 "다른 여자 선수들이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부부가 프로 선수라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연우)은 양가 할머니가 돌본다. 특히 PBA는 명절마다 대회가 열려 며느리 임정숙은 집을 비우기 일쑤다. 임정숙은 "명절에 일하는 걸 어떤 며느리도 달가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어머니나 친정 엄마는 '빨리 끝내고 와라' 그런 말씀은 안 하시고 항상 잘 하고 오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대회를 빨리 마친다는 건 초반에 떨어진다는 뜻이고 상금도 그만큼 적다. 임정숙은 "어머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시는데 항상 고맙고 용돈을 많이 드려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 모두 감사합니다' 임정숙이 23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예은을 누르고 우승한 뒤 감사의 큰 절을 올리고 있다. PBA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 모두 감사합니다' 임정숙이 23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예은을 누르고 우승한 뒤 감사의 큰 절을 올리고 있다. PBA 
그런 부부의 영향을 받은 걸까. 이종주는 "지난해 아들이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면서 "장래 희망으로 당구 선수를 쓴 학생이 처음이라 연락했다고 하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부부의 직업을 얘기해줬더니 선생님이 이해를 해주시더라"면서 "아들이 아직 큐를 잡은 적이 없지만 내년부터 당구를 하게 해 선수로 키울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아내의 선전에 남편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종주도 숨은 고수로 명성이 있지만 PBA에서는 지난 시즌 NH농협카드 챔피언십 4강에 최고 성적이다. 이종주는 "아내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지만 자극도 많이 받았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다짐했다.

통산 다승 공동 1위에 오른 임정숙은 이제 왕중왕전인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노린다. 임정숙은 "주변에서 '왕중왕전 우승은 언제 할 거냐'고 물어봐서 '기다려봐라, 승부를 보겠다'고 했다"면서 "그 전에 우승하게 된 것도 행복하지만 월드 챔피언십도 노려보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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