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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의 난해시, 물리학 관점으로 해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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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무한육면각체 - 진단 0 : 1의 일본어 원문(왼쪽), 동일작의 한국어 번역문. 지스트 제공 건축무한육면각체 - 진단 0 : 1의 일본어 원문(왼쪽), 동일작의 한국어 번역문. 지스트 제공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작품 중 하나인 난해시 '진단 0 : 1'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논문이 이상문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에 게재됐다.

지스트 기초교육학부 이수정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머세드(UC 머세드) 물리학 박사과정생 오상현씨(지스트 졸업생, 물리전공)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이상의 시 '진단 0 : 1'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시공간에 관한 시라고 규명했다.

'진단 0 : 1'은 가운데 점(·)이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11행 11열의 숫자표와 '진단 0 : 1'이라는 표현 등이 등장하는 짧은 시다.

연구팀은 기존의 해석에서 벗어나 물리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해석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숫자표의 숫자를 시공간 좌표로 보고, '진단 0 : 1'이란 마치 종이를 말아서 양 끝이 이어진 원통형으로 만들듯 시공간의 경계를 연결하고 반복시키는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진단 0 : 1'은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시공간적 배경을 설정하며 여기에 나타난 시공간의 연결과 반복이라는 주제(주기경계조건 모티프)는 반복, 무한, 공포, 권태, 자아분열 등 이상 문학에 등장하는 다른 모티프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이상의 다른 작품인 '삼차각설계도 – 선에관한각서6'을 토대로 숫자표에 등장하는 수열 '1234567890'이 무한히 반복되는 수열의 순환마디이자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시공간 좌표를 암시하는 것이라 해석했다.
 
지스트 이수정 교수와 오상현 씨는 "이번 연구를 통해 '진단 0 : 1'에 대한 새롭고 혁신적인 해석을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주기성 시공간을 문학의 소재이자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상의 문학적 독창성과 전위성에 대한 이해를 끌어올렸다"며 "이는 차원주의(Dimensionism) 등 당대 유럽의 예술운동 사조보다 혁신적인 문학적 시도"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이상 시의 주기경계조건' 논문 시리즈의 첫 번째 출판물로, 시리즈의 후속 논문에서는 '삼차각설계도', '건축무한육면각체', '오감도' 등에 드러난 주기경계조건 모티프와 그 해석에 관해 다룰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지스트 개발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이상문학회가 발행하는 '이상리뷰' 18호에 2022년 12월 30일 '이상 시의 주기경계조건 1 - 「건축무한육면각체 – 진단 0:1」의 파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편 연구팀은 지난 2021년에 이상의 대표적 난해시인 '삼차각설계도'와 '건축무한육면각체'를 4차원 기하학·물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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