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2023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는 10일 검찰 소환조사에 출석한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비(非)이재명계의 집단 반발이 본격화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주 이 대표의 소환을 기점으로 민주당의 사법리스크가 중대한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李, 무혐의 입증 자신 있지만 '내부 분열' 우려
이재명 대표는 10일 오전 10시30분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다. 이 대표는 이날 포토라인에서 최근의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며 부당함을 적극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8일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가 검찰 소환에 출석해서 조사받는데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나. (검찰청에) 그냥 들어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부 당 지도부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도 이 대표와 동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일단 자신의 무혐의 입증에 자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자칫 이번 검찰 소환조사를 기점으로 가까스로 이어지고 있는 당의 단일대오가 틀어질 수 있다는 데 우려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 측근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계기로 내부에서 '부당한 소환'이라며 분노하고 있고, 동시에 단합의 분위기가 공급되고 있다"라면서 "잘 합심해서 탄압을 이겨내겠다"라고 사실상 비이재명계의 이탈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새해 첫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은 데 이어, 다음날인 2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는 등,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당 내부 단속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지도부 접견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혼연일체 하나가 돼 올해는 더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힘을 실어줬다. 현재 민주당에서 비이재명계 의원 다수가 친(親)문재인계다. 이들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당과 분리해 대응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젠 야당 대표 신분…"향후 변호인 보강할 것"
이 대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비이재명계와의 불안정한 동거를 의식한 듯, 주말 공개일정을 자제하며 변호인과 함께 검찰 조사에 대비했다. 비록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2년 전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결론이 난 사안이지만, 이 대표가 이제는 야당 대표 신분이고 자신도 검찰 수사를 '야권 탄압'으로 규정한 만큼, 검찰조사에서 조금도 틈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변호인도 향후 추가 선임할 방침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아직 검찰 소환조사 단계라 성남FC 건으로 선임된 변호사는 일단 1명인데, 앞으로 당연히 보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대표 신년 기자회견 일정 역시 검찰 소환조사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준 대변인은 "빠르면 12~13일, 설 연휴 전이라면 16~17일 가능성이 있다. 검찰 소환조사 이후 당대표가 지도부와 협의한 뒤 기자회견 날짜를 잡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소환조사 이후 검찰발 '피의사실 공표성' 보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적극 대응하며 맞불을 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설 연휴 전으로 일정을 못박은 건 설 밥상 여론을 염두에 둔 조율로 보인다.
한편, 9일부터 30일간 1월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한다. 지난 6일 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이번 임시국회 소집을 민주당이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을 막으려는 '방탄용'으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어, 쟁점 민생 법안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