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일본의 '공격능력'과 한국의 '반격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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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 등 기발한 이름 바꾸기로 이미지 세탁
강제징용은 '옛 한반도 노동자 문제'로 작명…日 현란한 외교에 대처해야

육상자위대 사열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연합뉴스육상자위대 사열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은 20세기 초 중국 '의화단의 난'을 진압하며 당시 초강대국 영국의 눈에 들었다. 토벌작전은 무자비했지만 서양 연합군에겐 깍듯했다. 이후 영국과 맺은 영일동맹은 러일전쟁 승리의 든든한 뒷배가 됐다.
 
일본은 이미지 가공과 세탁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6년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 게임 캐릭터 '수퍼 마리오' 복장으로 등장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장면이다.
 
일본 우익전범이 미국 수도 워싱턴에 세운 '사사카와 평화재단'은 조직적 로비로 일본에 우호적인 전문가 그룹 '재팬 핸즈'(Japan Hands)를 양성하고 '쿨 재팬'(멋진 일본)을 홍보한다. 
 
봄철 워싱턴의 상징이 된 벚꽃나무도 100년 전 일본이 선물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면에 내건 인도‧태평양 전략도 아베 전 총리가 창안해 미국에 이식한 전략이다. 
 
미국은 일본의 이런 재주에 감탄한 것인지 미래의 화근이 될지도 모를 일본의 안보전략 대전환에 '담대하고 역사적인 조치'라고 극찬했다. 
 
이미지 가공‧세탁의 관점에서 일본 새 안보전략의 백미는 '반격능력'이다. 적이 공격에 '착수'했을 때 반격할 것이기 때문에 공격이 아니라 반격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격 착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것은 모호한 문제이고 판단도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선제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사히, 도쿄신문 같은 일본 언론조차 '공격능력'이라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식 표현인 반격능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정부는 일본 측이 북한 공격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 했음에도 따끔한 일침 한 방 날리지 못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이르면 오는 4월 방류를 시작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작명도 전복적인 상상력의 끝판왕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방사성 물질에 대한 정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처리수'(treated warter)로 불러야 온당하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아베 전 총리가 2018년에 명명한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는 낙제점에 가깝다.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돌려 말한 것인데 일본 내에서도 별 호응이 없다. 
 
아베 전 총리는 강제징용이 주는 불법적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몰가치적 표현을 애써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내에선 여전히 기존의 '징용공' 표현이 일반적이다.
 
그 징용문제의 해결책을 한국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외교부도 설 연휴 이전에 공개 토론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우리 측이 먼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 판결금을 지급하고 이후 일본 측의 상응 조치를 기다리는 방안이 유력시된다는 점이다. 
 
이 방안대로 실행된다면 피해자 측 주장처럼 '일본 측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0대 100의 외교적 패배'가 아닐 수 없다. 일본 측이 성의 있는 조치로 화답할 것이란 아무런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법 기술만을 앞세워 강제징용 문제를 강제적으로 풀려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정부는 이미 채권자(피해자)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알려진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정부와 피해자가 싸우고 일본은 관전하는 황당한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공수를 넘나드는 일본의 현란한 처세를 지켜보다 보면 한국의 '반격능력'은 과연 얼마나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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