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랭질환 산재, 법으로 '추위'를 막으려면요

1월은 일년 열두 달 중 가장 추운 달입니다. 지난 5년간 서울의 평균최저기온·평균기온·평균최고기온은 모두 연중 1월에 가장 낮게 나타났는데요. 매서운 추위는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체온증, 동상 등 '한랭질환'에 걸리는 경우죠.
      
질병관리청 누리집에 따르면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한랭질환자 총 300명이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한랭질환 추정 사망자는 총 9명이었는데요.
    
한랭질환자를 발생주별로 살펴보니 1월 첫째 주에 38명으로 가장 많게 나타났습니다. 주로 6~12시 오전시간대, 실외에서 발생했죠.
      
옥외작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한랭질환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5년간 한랭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신고한 노동자는 총 45명. 2016년 4명에 그쳤지만 2017년 15명으로 늘었습니다. 이후 2019년 1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강추위로 인해 24명으로 다시 급증했죠.
월별로 살펴보니 1월이 80%인 36명으로 집계돼 가장 많았습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9명, 위생업 8명 등 주로 야외작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질병 유형은 대부분 동상·동창이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한랭질환을 8개 질병코드로 분류하고 있죠.
류경희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지난 겨울, 일부 건설사가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함에 따라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겨울철 일하는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와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한파특보 등 기상상황 수시 확인, 추운 시간대 위험작업을 조정 또는 변경, 기본적인 안전보건 조치 준수를 위한 작업계획 마련 등 위험요인을 꼼꼼히 확인하고 개선하면서 작업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배포한 '동절기 건설현장 안전보건 길잡이'에 포함된 근로자 한랭질환 예방 관련 건설현장 자율점검표. 고용노동부 제공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배포한 '동절기 건설현장 안전보건 길잡이'에 포함된 근로자 한랭질환 예방 관련 건설현장 자율점검표.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노동부는 야외작업자가 많은 건설현장에 '한랭질환 예방 자율점검표'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자율'일 뿐이기에, 따로 점검표를 제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지난달 1일 고용부는 2달간 약 500개 현장에 대해 집중 감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7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7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CBS노컷뉴스가 고용부에 정보공개 청구로 지난달 28일 입수한 '한파 취약사업장 한랭질환 예방조치 이행여부 점검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72조를 위반한 사업장은 시정지시서 발행을 기준으로 단 1곳입니다. 고용부는 지난 2018년부터 겨울철 사업장 점검‧감독 시 한랭질환 예방점검을 병행해왔다고 밝혔는데요.
 
지방고용노동관서 연도별 점검 사업장수를 살펴보면 2018년 929개소, 2019년 827개소, 2020년 947개소, 2021년 4266개소, 그리고 올해는 지난달 13일을 기준으로 1107개소를 점검했습니다. 그럼에도 한랭질환 산업재해자는 끊이지 않고 있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72조에 따라 방한용품을 지급받는 대상은 '한랭작업' 노동자입니다. 동 규칙 559조2항에는 한랭작업을 "다량의 액체공기·드라이아이스 등을 취급하는 장소 혹은 냉장고·제빙고·저빙고 또는 냉동고 내부"에서 하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반적인 건설현장 등 옥외작업이 모두 해당하는 건 아닌데요.
 
한랭질환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에서는 어떤 예방조치를 할 수 있을까요? 먼저,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이하 안전보건관리비)를 운용해 방한용품을 구비할 수 있습니다. 고용부는 노동자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12월부터 2월까지 한시적으로 안전보건관리비를 핫팩, 발열조끼 구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주의할 점은 일시적 한파를 사유로 장기 사용이 가능한 작업복을 마련하는 데 안전관리비를 쓰면 안된다는 겁니다. 지난해 6월 시행한 고용부의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 개정고시안에 따르면, 이전과 달리 목토시, 방한용 귀덮개, 귀마개, 방한모, 방한화 등이 안전보건관리비 사용 불가 품목에 포함됐습니다.
 
강추위가 이어진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명동 거리의 한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고체연료로 몸을 녹여가며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강추위가 이어진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명동 거리의 한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고체연료로 몸을 녹여가며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위에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 제도 현실화는 요원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 따르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 또는 근로자는 작업중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임금 감소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기후여건에 따른 작업중지가 잘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지난 2020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부에 폭염·한파로 작업중지한 건설노동자에 대해 임금 지원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는데요. 사실상 고용부는 불수용했습니다.
폭염·한파 등에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는 근거와 이에 대한 지원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다수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죠. 법 제도가 잠들어 있는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는 칼바람과 싸우며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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