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앵커]
봄에 대통령 선거를 치렀고 이어서 폭우에, 핼러윈 참사, 유난히 더웠던 가을을 지나 월드컵 경기를 보고 나니 이제 2022년을 내일 하루 남겨 놓고 있는데요.
좀 더 들여다 보고 싶은 올해의 이슈, 저희 CBS 보도국의 최고참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어서오세요.
[권영철 대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올해 정치·경제·사회 여러 분야에서 어떤 사건, 변화가 가장 인상깊으셨나요?
[기자]
가장 주요한 이슈를 꼽자면,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용산시대의 개막'을 꼽을 수밖에 없구요, 그 다음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8년여만에 다시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158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용산 이태원 10.29 참사', 그리고 2022 카타르 월드컵과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을 골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황진환 기자
[앵커]
첫번째가 제20대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유는요?
[기자]
'정치신인'으로, 검찰총장에서 1년만에 대통령이 되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며 궤멸위기로 몰렸던 보수진영의 구원투수로 나서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0.73%, 24만여표 차이의 박빙 승리였습니다.
[앵커]
이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취임할 때 목표. 다시 짚어봐야겠어요.
[기자]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바로 '자유'인데요. 35번이나 사용했습니다. 취임사 일부 잠시 들어보시죠.
2022.5.10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입니다. 자유는 보편적 가치입니다.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나와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 받게 됩니다.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닙니다." [기자]
그러나 통합이나 소통, 협치라는 단어는 없었습니다.
[앵커]
취임사 전에 당선 소감에서는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던걸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3월 10일 대국민 당선 인사에서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3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국민 인사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습니다.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겠습니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앵커]
자유, 그리고 '협치'와 '소통' 처음 선언한대로 잘 지켜나가고 있다고 보시나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류영주 기자[기자]
취임 8개월이 다됐습니다만, '자유'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자유가 아니었나? 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구요, 협치는 아예 시작조차 안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 입주 이후 윤핵관이나 여당 의원들과는 여러차례 관저 식사를 해왔지만 야당인사를 만나는 일은 취임 7개월이 지나도록 요원합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어제(29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윤 대통령의 관저 만찬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2.12.30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 유승민 전 의원
"관저에서 밥 먹는 거 좋아요. 밥 먹을 수 있어요. 뭐 혼밥 하는 것보다 낫잖아요. 그런데 좀 이렇게 폭을 넓혔으면 좋겠다." [앵커]
협치는 고사하고, 일단 만나야 하는데 도대체 왜 야당과 안만나는 건가요?
[기자]
일단 대외적인 명분은 이재명 대표를 만나야 하는데 이 대표가 수사대상이다 보니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원로들이 윤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표를 만나라고 조언을 하면 "안만나려는 게 아니라 범법자를 어떻게 만나냐, 웬만해야 만나지"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개인 이재명을 만나라는 게 아니라 원내 169석을 가진 국회 제1당의 대표를 만나라는 것인데 그걸 범법자여서 못만나겠다고 하는 겁니다. 검사의 시각인거죠.
그리고 윤 대통령을 잘아는 법조인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거나 특히 김건희 여사에 대해 비방하는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을 거다"라고 말합니다. 국민의힘 주변에서는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자기 부인을 그렇게 말한 사람이랑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어요"라는 말을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합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7월 성남 서울 공항을 출발한 공군 1호기에서 자료를 검토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있는 김건희 여사의 모습. 대통령실 제공[앵커]
권영철 대기자의 취재만 놓고 보면, 다소 감정적인 지점도 있다. 이런 말씀이네요.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것도 큰 변화였어요. 명목이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이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기자]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 강화'가 목적 아니었을까 싶어요. 윤 대통령이 취임하던 날 서초동에서, 윤 대통령과 각별했던 검찰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은 절대 대화와 타협은 없고 오로지 직진"이라며, "앞으로 대대적인 사정정국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취임 후 7개월을 지켜보니 그때 예고가 한치도 어긋나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을 동원해 야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5년전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졌던 국정농단 수사, 적폐청산 수사와 닮아 있습니다. 야당은 검찰정권이다, 검찰독재다 이렇게 명명하고 있어요.
[앵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사정정국도 만만치 않았잖아요. 윤석열 정권만 검찰정권이다 이렇게 꼬리표를 붙이면 억울할 수도 있겠어요.
[기자]
당시 수사의 주역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었습니다. 5년 전에는 문재인 정부의 칼이었지만, 지금은 그 칼이 다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고 있는 겁니다.
검찰 고위직 출신 한 법조인은 "좀 과한 비유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5공 군사정권의 군대와 청와대가 한 몸이었듯이, 검찰과고 용산은 한 몸이다. 뭔가를 지시하고 지시를 따르고 이런 개념이 아니고, 그냥 생각하면 손과 팔이 움직이듯이 되는 상황이니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대통령실이나 행정부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고 거기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있다. 이정도로 이해하겠습니다. 저는 그것보단 대통령이 직접 기소권을 행사한 검사였으니 예전부터 문제가 돼 왔던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 대해선 좀 경계심을 갖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요. 대대적인 사면을 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검사 윤석열이 잡아 들였던 범죄자들을 대통령 윤석열이 풀어주는 모양새 입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면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사면권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한 것으로 법치주의를 파괴한 것과 다름없다."며, "제왕적 권력 행사의 상징이 된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또다시 확인됐다."고 논평했습니다.
원칙도 없고, 명분은 국민통합이었지만 어떤 통합인지 납득이 안 됩니다. 입으로는 법치주의 또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법에 의한 지배'에만 몰두할 뿐 '법의 지배'에는 관심도 없는 것 이니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법에 의한 지배'와 '법의 지배'가 어떻게 다른가요?
[기자]
'법에 의한 지배'는 법을 통치자의 의사를 실현하는 도구나 수단으로 보는 형식적 법치주의를 말하는 것이고, 법의 지배는 실질적 법치주의로 통치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법에 종속되는 걸 말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법을 무시하고 시행령 통치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에 인사검증권을 주는 것이나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건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지 시행령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닙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방식이나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방식, 그리고 지금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수사를 하듯이 수사하면 걸리지 않을 정치인이나 고위관료가 몇명이나 될까요? 이런 수사방식을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나 장모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앵커]
검찰이 어디에 한정된 수사역량을 쏟고 있느냐. 정치적으로 비판 받을 소지가 있다. 이런 지적이네요. 선택적 '법치주의' 논란의 연장선에서 대통령의 노동관도 문제가 됐었는데요.
[기자]
화물연대 노동자에 대해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죠. 정부 말대로 자영업자로 본다면 이들이 일을 쉰다고 해서 제재하는 게 말이 안되고, 노동자로 본다면 파업권이 보장돼야 맞겠고요. 법률적으로 쟁점이 있는 사안인데 노조 무릎꿇리기식 대응을 했습니다. '법의 정신'은 뒷전이고 통치자 입맛에 맞는 법률을 집행하는 데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앵커]
올해의 이슈 두 번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꼽으셨네요.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8여년 만에 또 대형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전쟁도 아니고 건물이 무너지거나 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15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명사고가 나기 4시간 전 저녁 6시 34분, 112에 '압사당할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 됐습니다. 신고자의 얘기 들어보시죠.
2022.11.16 KBS 7시뉴스 中 참사 당일 112 신고자 육성 보도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 당할 것 같아요. 지금 너무 소름끼쳐요, 그 올라오는 골목이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사람들이 다 나와서 그 골목으로 다 들어가요." 그렇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말한대로 당시 국가는 없었습니다.
[앵커]
이렇게 많은 아까운 목숨을 잃었는데, 처음 차려졌던 분향소엔 얼굴도 없고, 이름도 없었어요.
[기자]
말이 안 되는거죠, 추모대상이 누군지도 모르는 추모나 분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참사발생 42일 만에 유가족 협의회가 출범했습니다. 유가족 입장 들어보시죠
2022.11.24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中
故이지한 씨 아버지 "어디를 지나가다가, 절에 불공 드리러 갔다가, 추모하러 갔다가 생각나서 하는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사람을 잘못 쓴 것에 대한,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진심어린 대국민 사과를 원합니다."
故송채림 씨 아버지 "대통령님의 유감표명이나 이런 정도가 아니고 저는 공식적인 사과 담화문 발표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해야 저희가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앵커]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가장 답답한 것이 책임지겠다는 공직자가 없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용산구청장과 용산경찰서장 등 관련자 6명이 구속됐습니다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거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거는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라고 했는데,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의 말씀은 검사의 언어, 검사의 생각이다. 법률적으로는 맞는지 몰라도 인간적, 윤리적, 국가적으로는 잘못된 말이다.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용산구청장 등 용산 공직자들이 줄줄이 입건됐는데 용산에만 책임을 묻는다면 대한민국은 왜 존재하나"(11월 8일 유승민 페이스북), 이런 얘기까지 했어요.
[앵커]
시민들이 말하는 책임이란 게 사실 법률적 책임만 의미하는 건 아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무한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158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책임회피성 발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2022.10.30 정부합동브리핑 中 이상민 행안부 장관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요. 또 어제 잘 아시다시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 병력들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습니다." [기자]
이런 대형참사에 대해서는 도의적, 정치적, 법률적 책임을 모두 지는 것이 합당하구요. 먼저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합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갔던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 정치는 실패한 김영삼의 길을 가고, 참사 대응은 박근혜의 길로 가고 있다."며 "'놀다가 사고 났다' 같은 생각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 있겠나?" 라고 했습니다.
[앵커]
이번 참사가 끔찍한 건 누구든 그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기자]
세월호 참사나 이번 이태원 10.29 참사나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이유는 내 아이, 내 이웃 그 누구라도 이런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책임지지 않는 공직자는 필요가 없습니다. 어디에 쓰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월 서울광장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앵커]
이슈 결산을 하려다가 윤석열 정부 1년차 평가를 하게 된 것 같은데요. 마지막은 분위기를 좀 바꿔보죠. 월드컵!
[기자]
그렇습니다. 지구인의 축제 2022년 도하 월드컵입니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12년만에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4강 신화를 썼지만 안방이라는 이점이 있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두 번째 16강, 그리고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세 번째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틴 FIFA랭킹 9위의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승을 하면서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세계 최강 브라질에 1-4로 패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 축구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스위스와 16강에서 붙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인거죠.
아르헨티나 메시의 라스트 댄스나 음바페의 득점왕, 50억명에 이르는 축구 시청자 등등 지구촌이 하나 되는 축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