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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이중고…'김명수식 개혁'은 갈등·엘리트 법관은 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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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김명수식 개혁' 법원장추천제·고법 부장제 폐지
최근 '중복 추천' 논란에 취지 무색해졌다는 비판
엘리트 중견 법관 줄사의까지…법원 '이중고'
법관은 부족하고 처우는 개선 안돼


법원의 이중고다. '김명수식(式) 개혁'을 놓고 팽팽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고법 판사 등 이른바 엘리트 법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하면서 '인력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김명수식 개혁의 요체라 할 수 있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과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로 인해 법원에 남아있어야 할 동기가 퇴색된 데다 과거보다 열악해진 처우를 만회할 유인책이 없다는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측근 알박기' 논란에 중견 법관 이탈 가속화  


김명수 대법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개혁의 핵심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로 요약된다. 시행 5년 차에 접어드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관의 관료화에서 탈피하고 사법 민주주의를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법조 경력 22년 이상으로서 법관 재직기간 10년 이상인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 3인 이상의 법관으로부터 천거 받으면 법원장 후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인기 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일각의 반발이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김 대법원장의 측근이 '중복 추천'되면서 내년 9월 임기가 끝나는 김 대법원장의 '측근 알박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송경근 전 서울중앙지법 민사 1수석부장판사는 중앙지법원장과 청주지법원장에 '중복' 추천됐다. 그러나 청주지법에서는 '10%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했다. 대법원 예규에 따르면, 법원장 후보 추천 투표에서 10% 이상 득표한 후보만 최종 추천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송 전 부장판사는 중앙지법원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김명수식 개혁'에 또 다른 오점을 남겼다는 평이 뒤따랐다.  

김명수 대법원장. 박종민 기자김명수 대법원장. 박종민 기자
이 같은 논란 속에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판사 등 일명 '엘리트 판사들'이 올해도 잇따라 사직 의사를 밝혔다. 김 대법원장 임기 동안 법원의 '허리 기수'가 너무 줄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의 규모가 예년에 비해 급증한 것은 아니지만, 통상 엘리트 법관으로 꼽히는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법원을 떠나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과중한 업무 부담에 따르는 혜택이 없어진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과거에는 재판연구관을 거친 뒤 수석부장이나 영장전담부장판사를 맡는 등 일종의 '승진 코스'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 같은 코스가 없어진 상태다. 재판연구관 임기가 끝나면 다시 지방법원 민·형사판사로 일하면서 또 다른 업무 부담에 시달려야 한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여기에 법원 내 평판이 강하게 작용되는 법원장 추천제까지 겹치면서 과거처럼 '그 기수 1등'이라고 해서 '재판연구관·행정처 심의관→고법 부장판사→법원장'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별다른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격무 부서만 도는데 누가 남아 있으려 하겠느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관 증원 실패…남아있는 법관들 업무 부담↑

'김명수식 개혁' 자체에 대한 문제점 말고도 법원이 법관의 절대적인 숫자를 채우지도 못하고 개혁을 추진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앞서 국회는 지난 2011년 10년 경력 이상의 법조인을 법관으로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변호사 자격 소지자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정책에 따라 입법된 것으로, 법원 내 다양성을 강화하자는 김 대법원장의 핵심 정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이상 경력'을 채운 법조인이 신임 법관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법원의 기대보다 적었다. 기존에 있던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까지 폐지되면서 법원은 일종의 인사 공백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법관의 법조 경력 요건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4표 차였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중견 법관들을 계속 근무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인책이 없다"며 "업무는 과중한데 혜택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법관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 국민 한 명 당 법관이 유럽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인구 대비 법관 숫자가 유럽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행히 지난 20일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를 통과할 경우 판사 정원은 내년부터 매년 50~90명, 총 370명이 늘어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나아지겠지만, 당장 숨통이 트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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