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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의 제자, 마침내 스승을 꺾다' 무적 신세에도 최고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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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준이 16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남자부 4강전에서 매섭게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오태준이 16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남자부 4강전에서 매섭게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
항상 결승은 남의 얘기인 줄로만 알았다. 슈퍼맨의 제자였지만 언제나 들러리였고, 큰 무대에 선 동료들을 응원하기만 했다.

그러나 마침내 제자는 스승을 꺾었고, 생애 최고의 성적을 냈다. 만년 유망주였던 오태준(30) 얘기다.

오태준은 16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남자부 4강전에서 조재호(42·NH농협카드)를 눌렀다. 풀 세트 접전 끝에 4 대 3 신승을 거뒀다.

생애 첫 결승 진출이다. 오태준은 2019-2020시즌부터 PBA 투어에 나섰지만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첫 4강에 이어 결승 진출까지 이뤄냈다.

대접전이었다. 오태준은 4강전에서 먼저 세트를 따냈지만 조재호가 곧바로 반격하면서 마지막 7세트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7이닝까지 9 대 9로 팽팽하게 맞섰다. 오태준과 조재호는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로 공이 빗나가거나 키스가 나면서 보는 이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결국 8이닝에서 오태준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행운의 여신이 오태준을 향해 웃었다. 3뱅크샷이 생각보다 짧게 구사됐는데 운 좋게 1적구를 얇게 맞고 2적구까지 맞으면서 경기가 끝났다.

오태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게 있다가 조재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쉽게 결승 문턱에서 멈춘 조재호는 그러나 환하게 웃으며 후배를 안아줬다. 그런 오태준은 눈물을 흘렸다. 3시간이 넘은 대접전의 마무리였다.

조재호가 16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남자부 결승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PBA조재호가 16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남자부 결승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PBA

4강전의 후유증이 컸던 걸까. 엄청난 기세를 보였던 오태준은 이어진 마민캄(베트남·NH농협카드)과 결승에서 속절없이 1 대 4로 무너지며 우승컵을 내줬다. 먼저 4강전을 치른 마민캄보다 휴식이 짧았던 오태준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경기 후 오태준은 "4년 동안 PBA 챔피언십 개인 투어에 다 출전했는데 제일 좋은 성적이 8강이었다"면서 "결승 무대에 한번 섰는데 좋은 발판이 돼서 성장할 계기 되지 않을까 싶다"고 후련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4강전 이후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핑계지만 머리가 아프고 눈도 뻑뻑해졌다"고 덧붙였다.

사실 오태준은 '리틀 조재호'로 불릴 만큼 선배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오태준은 "나름 선생님이라 할 정도로 조재호 선수에게 공을 많이 배웠다"면서 "가족 분들도 잘 알고 친한 관계인데 4강이라는 좋은 자리에서 만나게 돼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오태준은 "경기 후 미안함과 고마움 등 복잡적인 마음이 들었다"면서 "행운의 공이 들어가 인사를 드렸는데 재호 형이 안아주면서 토닥거려 주시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때 눈물샘이 터져서 원래는 미친 듯이 울었어야 했는데 쪽 팔릴까 봐 참았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오태준은 조재호와 같은 NH농협카드 소속이었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1부 리그에서 강등되면서 부득이하게 팀을 떠나게 됐다. 공교롭게도 오태준이 나가면서 마민캄이 빈자리를 메우며 팀 리그에 출전하게 됐다. 오태준은 큐스쿨을 통과해 1부 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다.

오태준이 16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남자부 결승전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PBA오태준이 16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남자부 결승전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PBA

팀을 떠났지만 마음은 떠나지 않았다. 오태준은 이날 NH농협카드의 유니폼과 같은 색의 셔츠를 입고 출전했다. 오태준은 "집에 있던 것을 입고 왔다"면서도 "긴 팔이 녹색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하게 NH농협카드 선수와 4강과 결승에서 만났는데 1명 잡았으니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우승컵은 쥐지 못했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오태준은 "그동안 투어에서 절반 이상 128강, 1회전에서 탈락하는 등 일찍 떨어져서 마지막 날은 4강과 결승에 오른 동료들을 응원하러 갔다"고 돌아봤다. 이어 "나는 못 올라갈까 왜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서삼일, 이상대  김영섭 등 좋은 성적을 거두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조재호의 영향이 컸다. 오태준은 "조재호 선수가 개인 훈련장에서 갈고 닦는 게 부러웠다"면서 "사정상 서울이 아닌 부산에 개인 훈련장을 마련해 훈련량을 늘렸다"고 첫 결승 배경을 밝혔다. 슈퍼맨을 넘어 더 높은 비상을 꿈꾸는 오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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