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마련된 올림픽파크포레온 견본주택에서 설명을 듣는 방문객들. 연합뉴스연말 최대어급 분양 단지로 주목 받았던 서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마저 부진한 청약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 단지 청약조차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 열기가 식었다는 게 확인된 만큼, 다른 지역 사업 진행을 위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금융권 내에서 확산하는 기류다.
한 때 청약자 수가 1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각광받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지난 6~7일 진행한 1순위 당해‧기타지역 청약에서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3695가구 모집에 1만 7378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4.7대 1에 그쳤다.
일부 주택형은 예비 당첨자를 모집가구 수의 5배(500%)까지 모아야 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1순위 마감이 불발돼 2순위 청약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여기서도 마감을 하지 못한 채 청약 접수를 종료한 건이 나왔다. 1‧2순위 통합 평균 경쟁률은 5.45대 1을 기록했다. 작년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164.1대 1)은 물론 올해 경쟁률(26.4대 1)에도 크게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다.
이런 흥행 부진은 분양 시장에서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도시와경제'의 송승현 대표는 통화에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분양시장에서 최상단 순위의 흥행단지라고 평가받아온 곳인데, 이런 곳의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로 형성됐다는 걸 보면 입지 좋은 아파트의 성공 신화도 당분간은 끝난 게 아닌가 싶다"며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분양을 진행하는 단지는 이익을 좀 줄여서라도 분양가를 낮추는 전략을 택하지 않는다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불안한 시선은 당장 내달 초 진행될 올림픽파크포레온 청약 당첨자 계약 과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만약 이 같은 대어급 단지의 계약률마저 저조해 사업비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면 자금 조달 문제와 부동산 PF대출 부실화 리스크가 부각되며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계약 포기 물량이 얼마나 될 지를 둘러싼 염려들이 있는 상황"이라며 "자금시장이 간신히 안정되는 듯 보였는데, 정책 당국도 걱정이 많은 것 같다"고 금융권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둔촌주공 공사현장. 박종민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내놓은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보험사와 여전사,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은행권(30조 8천억 원)의 3배에 가까운 85조 8천억 원에 달한다. 2015년 1분기 17조 원이었던 것이 부동산 호황기와 맞물려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PF대출 잔액으로만 따지면 증권사가 3조 5천억 원으로 가장 적지만, 이는 증권사의 PF 대출 관련 채무보증 잔액(23조 9천억 원)은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증권사는 그간 자체적으로 돈을 끌어오기 어려운 시행사에 대해 채무보증(신용보강)을 서면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ABSTB, ABCP) 발행을 도와 투자자를 모으는 자금줄 역할을 하고 수수료 등을 받아왔다. 내년 1~3월 중에 만기가 도래하는 PF-ABCP는 15조 9천억 원 규모(지난달 말 기준)로, 이 중에는 차환 발행에 실패할 경우 보증을 선 증권사 몫이 될 물량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긴장이 번지는 배경이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 7일 '금융업 신용위험 전망' 보고서에서 "조정다운 조정을 거치지 않은 채 거품을 키워왔던 부동산 가격은 통화 긴축이 시작되자 하락세로 돌아섰고 낙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PF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 중"이라며 가장 우려되는 금융업종으로 증권과 캐피탈, 저축은행을 꼽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본부장은 통화에서 "우량 사업장으로 꼽혀왔던 올림픽파크포레온마저 성공적으로 분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불안 심리의 영향으로 나머지 사업장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본다"며 "증권사의 경우 신용보강을 했던 사업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채무를 떠안게 되는데, 워낙 여러 사업장에 신용보강이 이뤄졌기 때문에 그런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