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총과 군함, '나라 지키는 무기' 만드는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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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 현장을 가다

총기 만드는 부산 SNT모티브, 군함 만드는 거제 대우조선해양
'대한민국 최초의 총기 제작' SNT모티브, 활발한 해외 수출 추진
또다시 쏴본 STC-16 소총과 K15 경기관총…연발 사격도 어렵지 않아
대우조선해양, 209급 잠수함 라이센스 생산에서 이제는 수출도
최신 잠수함 도산 안창호급까지…장보고-Ⅲ 배치-Ⅱ도 한창 건조 중
방위산업 비판적 시각 많지만, 나라 지키려면 발전은 필수불가결


이미 총을 쏴본 적이 있다는 이유로 기자들 가운데서 '1번 타자'가 됐다. 5.56mm 탄이 든 탄창을 2개 챙기고 STC-16 소총의 노리쇠를 후퇴고정시킨 뒤, 탄창을 넣고 총을 장전했다.

단발로 10발 정도를 쏘다가 연발로 방아쇠를 당긴 뒤 탄창을 교환했다. 이번에는 연발로 한 탄창을 전부 비웠다. 지난번 취재 때와 달리 총열덮개를 감싸듯이 쥐어 반동 제어에 유리하다는 C-클램프 파지법 대신 일부러 수직손잡이를 잡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반동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방위산업진흥회와 함께 얼마 전 부산 SNT모티브와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업계에서는 이른바 '특수사업'이라고도 불리는 방위산업 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체험도 해 보았다.

SNT모티브 본사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정밀조병'이 새겨진 머릿돌. 김형준 기자SNT모티브 본사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정밀조병'이 새겨진 머릿돌. 김형준 기자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SNT모티브의 전신은 국방부 조병창이다. 실제로 회사 공장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총기를 제작한 장소이다'라고 쓰인 커다란 비석이 있다. 회사 건물 앞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정밀조병(精密造兵)'이 쓰여진 머릿돌도 서 있다.

국방부 조병창은 베트남전이 끝나 가던 1974년부터 미국 콜트사 M16A1 소총을 면허생산했고, 이후 1981년 대우그룹에 인수돼 대우정밀공업이 되었다가 현재는 SNT모티브로 바뀌었다. M16A1뿐만 아니라 우리 군에 현재 전력화돼 있는 K1A, K2, K3, K4, K5, K6, K7, K14, K15, K16 등 국산 총기들은 모두 이 곳에서 탄생했다.

회사를 방문한 취재진은 이러한 역사와 함께 SNT모티브의 방위산업 분야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냉전 종결 이후 30년이 흐르는 사이, 테러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때문에 다시금 군비 증강을 추진하는 나라들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SNT모티브 또한 신제품을 개발해 수출을 추진하면서 해외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SNT모티브의 2021년 전체 매출액은 9417억원인데, 그 가운데 1/20 정도가 방산 수출액이다. 홀수 해에 열리는 ADEX나 짝수 해에 열리는 DX 코리아 등 여러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해외 고객들의 관심도는 높지만, 수출에 성공하더라도 상대국에서 보안을 요구해 이같은 사항을 제대로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어서 들른 공장. 국가로부터 관리를 받는 방산업체 특성상 촬영은 불가능하지만, 총몸과 총열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여기서 생산된 모든 총은 조립된 뒤 노리쇠를 200회 전후진시키는 시험을 한다. 그 뒤 소총의 경우 20발, 기관총의 경우 30발 가량 실탄을 쏴서 기능검사에 합격해야 한다. 이후 사격한 총을 분해해 세척한 뒤, 재조립하고 정식 출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는 전력화가 곧 진행될 K15 5.56mm 경기관총을 한창 조립하고 있었다.

SNT모티브의 신제품들을 취재진에게 소개하는 노경환 특수개발팀장. 김형준 기자SNT모티브의 신제품들을 취재진에게 소개하는 노경환 특수개발팀장. 김형준 기자
사격장에 가자 K4 고속유탄발사기 등을 비롯한, 우리 군이 제식채용한 여러 총기들이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SNT모티브가 자체 개발한 7.62mm 반자동 저격총, AK 소총, 9mm 기관단총, 9mm 경찰용 리볼버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5.56mm STC-16 소총과 K15 경기관총을 직접 쏴볼 수 있었다.

STC-16은 우리 군의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구매 사업에 참여해 현재 시험평가를 받고 있는 5.56mm 소총으로, 군에서는 '기관단총'으로 분류한다. 기자는 이미 사격 경험이 있지만, 또다시 방문한 김에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겼다.

K15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열상조준경과 함께 곧 우리 군에 전력화될 예정인 5.56mm 경기관총으로, 기존 K3를 대체한다. 지난번 취재 때와 달리 이번에는 기관총을 들고 서서, 걸어가면서 쏘기에 도전해 봤다. 기자는 성인 남성치고 비교적 날씬한 편이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별로 어렵지 않았다. 7kg 남짓한 무게와 작동 시스템은 5.56mm 탄의 반동을 어깨로 받아내기 충분했다. 총은 기자가 총을 쏘는 10초 남짓한 시간 동안 문제 없이 멀쩡히 작동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상징인 골리앗 크레인. 김형준 기자대우조선해양의 상징인 골리앗 크레인. 김형준 기자
이어서 찾은 경남 거제도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커다란 배를 만드는 곳인 만큼 회사 부지 또한 상당히 큰 넓이를 자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5500톤 무게를 자랑하고, 900톤을 한 번에 들어올릴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상징 '골리앗 크레인'이다. SNT모티브 공장과 마찬가지로 "보안 관계상 촬영과 녹음은 불가능하다"는 담당 직원의 말이 취재진을 반겼다.

국내 해군 함정(특수선) 사업은 크게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경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을 많이 건조했는데, 독일 HDW가 개발한 209급 잠수함을 '장보고급'이라는 이름으로 라이센스 생산해 우리 해군에 납품했기 때문이다. 이 잠수함은 우리 손으로 약간의 개량을 거쳐 인도네시아 해군에도 수출됐고, 최근에는 필리핀 해군에 새로 창설될 예정인 잠수함 부대를 위해서도 판촉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700억 페소, 우리 돈으로 1조 7500억원 규모다.

도산 안창호함이 항해하는 모습. 해군 제공도산 안창호함이 항해하는 모습. 해군 제공
이밖에 3천톤급 장보고(KSS)-Ⅲ, 즉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의 구조를 기반으로 이를 2천톤 정도까지 줄여 해외 수출도 추진하고 있는데, 군수지원 등의 문제로 3천톤급 잠수함을 운용하기엔 버거운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보안상 촬영은 불가능했지만 회사 전시관에 전시된 모형을 통해 장보고급뿐만 아니라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의 구조까지 엿볼 수 있었다. 그전보다 넓어진 잠수함 내부 구조는 물론, 재래식 잠수함에서는 흔치 않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수직발사대(VLS)가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도 볼 수 있었다.

현재 도산 안창호급은 1번함과 2번함을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 3번함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후속함인 장보고-Ⅲ 배치-Ⅱ 또한 지난해 착공이 시작된 상태다. 아쉽게도 특수선 쪽 구역은 보안이 중요시되는데다 잠수함은 국가전략자산으로 취급되는 만큼 실물을 보기는 어려웠지만, 버스를 타고 야드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커다란 금속을 가공해 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분야 매출은 1조원대에 달한다. 이는 잠수함과 함께 수상함, 해외 수출 등 전반적인 사업을 모두 합친 수치다. 더욱이 오래 타서 노후화된 함정은 신형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국제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관계로 군비 확장 움직임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주 금액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방위산업은 국제적 갈등의 진행 양상에 따라 매출이 바뀌는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 특히 무기는 인명을 살상한다는 점에서 방위산업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수출액을 논하기 앞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고, 그러기 위해서는 방위산업의 발전 또한 필수적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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