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전경. 경기도교육청 제공내년부터 경기도내 중학교 10곳 중 한 곳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지필 고사가 부활할 전망이다.
이들 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의 자율 방침에 따라 그동안 일률적으로 시행해 오던 '자유학년제(1년)' 대신 1학기는 참여형 수업·체험 학습 중심의 '자유학기제'로 운영하고 나머지 2학기는 지필 고사를 치르는 것으로, 교육계 내부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자유학년제 폐지 앞두고 중학교 56곳, 자유학기제 선제 도입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윤창원 기자
4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2022 개정 교육과정' 도입으로 2025년부터 자유학년제 대신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내년부터 자유학년제·자유학기제 선택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자유학년제를 선택한 학교는 중학교 1학년 모든 학기를 참여형 수업·체험 학습으로 채우고, 자유학기제를 선택하면 한 학기는 중간고사 또는 기말고사라 불리는 일반적인 지필 고사를 치르게 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학교 현장이 혼란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시범적으로 자유학년제 시행 여부를 자율에 맡긴 것"이라며 "연차적으로 자유학기제를 확대 시행해 혼란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임 교육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학기(학년)제가 자유방치제가 됐다"며 자유학년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9시 등교 자율, 학교 자율과제 실행 등 주요 정책에서 '자율'을 내세웠던 만큼 이번 자유학년제 축소도 자율에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도교육청은 지난 9월 도내 모든 중학교(655개교)에 자유학년제 시행 여부를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 결과, 8.5%에 해당하는 56개교가 자유학기제를 선택했다.
자유학기제를 선택한 A중학교 관계자는 "어차피 폐지되는 자유학년제에 벗어나 선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내년부터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기초학력 저하와 학습결손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도 이런 선택을 하는 데 한 몫 했다"고 말했다.
5년 간 유지되던 자유학년제…축소 놓고 찬반 엇갈려
자유학기제는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첫 도입한 제도로, 도교육청은 지난 2017학년도부터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년제를 도입했다.
자유학년제는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다.
5년 간 유지하던 자유학년제 축소에 대해 양대 교원 단체는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다.
이소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자유학년제 축소는 학생들을 다시 '줄세우기 교육'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입학 때부터 학력을 확인할 수 있기에 학부모들은 좋아할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악영향만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학교는 절대평가로 학생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시행 학교와 미시행 학교 간의 불평등은 없겠지만, 한 학기만으로는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충분치 않다"며 "오히려 고등학교 졸업까지 지겹게 겪어야 할 입시지옥을 미리 겪게 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학교 1학년은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자유학년제의 실효성을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자유학년제의 모티브가 된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대상은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우리나라의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1학년이다"며 "때문에 너무 이른 나이를 대상으로 하는 자유학년제는 의미가 없다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자유학년제가 정말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제도인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자유학년제의 장점과 단점을 옆에서 지켜봐 왔던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우선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