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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이야기]동시에 열리는 최종전, 도하의 기적 재현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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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 연합뉴스조규성. 연합뉴스이제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도 끝나갑니다.

벌써 A~D조의 조별리그가 끝나고, 16강 진출 4개국이 가려졌는데요. 일정을 보면 앞선 1, 2차전과 3차전이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2차전의 경우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와 4시, 7시, 10시에 진행됐는데요. 3차전의 경우 오후 6시와 10시에만 진행됩니다. 같은 조의 두 경기가 차례로 열리지 않고 동시 진행됩니다.

이유는 다들 예상하는 그대로입니다. 바로 승부가 허무하게 갈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조금 세게 말하자면 이른바 '짬짜미' 방지죠. 다만 짜고 치는 것은 아니니 '짬짜미'라는 표현이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이 속한 H조의 경우 포르투갈이 2승, 가나가 1승1패, 한국과 우루과이가 1무1패입니다. 만약 우루과이-가나전이 한국-포르투갈전보다 먼저 열려 가나가 승리한다면, 한국의 16강 진출 꿈은 좌절됩니다. 이어 열리는 한국-포르투갈전은 말 그대로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겠죠.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실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3차전 일정을 수정한 계기가 된 사건입니다.

1982 스페인월드컵이었습니다.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2조 최종전에서 만났는데요. 이에 앞서 또 다른 2조 최종전인 알제리-칠레전이 열렸습니다. 결과는 알제리의 3대2 승리. 알제리는 2승1패를 기록한 뒤 서독-오스트리아전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문제는 골득실에서 오스트리아가 +3, 독일이 +2, 알제리가 0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이죠. 즉 서독은 이기기만 해도, 오스트리아는 2골 차 이내로만 져도 위(당시 12강)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같이 웃을 수 있는 만큼 100%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결국 전반 10분 서독의 선제골이 터진 뒤 공 돌리기로 바뀌었습니다. 축구의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경기였죠. 오스트리아는 버티기만 하면 됐고, 서독은 굳이 공격을 펼쳐 오스트리아를 자극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경기는 서독의 1대0 승리로 끝났고, 골득실로 알제리가 탈락했습니다.

당시 경기 장소가 스페인 히혼이었기에 '히혼 참사'라고 부르는 사건입니다. 이후 FIFA는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조별리그 최종전을 동시에 열고 있습니다. FIFA 주관 대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993년 10월이었죠. 당시 1994 미국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했던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최종전에서 북한을 3대0으로 이겼지만, 동시에 열린 일본-이라크전의 결과를 기다려야했습니다. 북한전 종료 후까지도 일본과 이라크가 1대1로 맞서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라크의 결승골 소식이 전해졌고, 월드컵 티켓의 주인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기뻐하던 고정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제 한국도 포르투갈과 최종전을 치릅니다. 포르투갈전에서 이겨도 같은 시간 열리는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히혼 참사' 덕분에 생긴 최종전의 묘미죠. 극적으로 웃었던 '도하의 기적'이 카타르에서 다시 재현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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