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류영주 기자서울 용산소방서가 핼러윈 기간 중 대규모 인파 방문에 대비해 야간 근무 대비책 등을 세우고 참사 현장 인근 순찰 활동을 사고 발생 15분 전까지 벌였지만, 압사 참사에 대한 대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112로 압사 위험이 여러 차례 신고된 시점이었으나, 경찰과 소방이 서로 책임을 미룬 정황도 드러났다.
10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산소방서는 핼러윈 기간이 10월 28일 오후 6시부터 11월 1일 오후 3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태원 지역 대규모 인파 방문으로 인한 재난 및 안전사고 대비를 위한 소방안전대책을 세웠다.
용산소방서는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나흘에 걸쳐 하루에 12명씩 총 48명의 의용소방대원 투입을 계획했다. 12명이 조를 짜서 이태원역~녹사평역과 이태원역~엔틱거리 두 구간을 두 시간씩 나눠 순찰하는 방식이었다. 구간별 안전순찰 인원은 3명이었다.
또 해밀톤 호텔 앞에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안전근무 담당자를 지정해 추가로 배치했다. 참사 당일인 10월 29일엔 용산소방서 대응총괄팀장 등 3명을 배치하고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책임관으로 지정했다. 이들의 임무는 '재난 상황발생 시 상황전파 및 긴급 대응 체계 구축'이었다.
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징후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대 현장 순찰을 하고도 아무런 사전 예방 조치 없던 것과 관련해 소방 당국은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 대응이) 평상시 일상적인 소방서의 업무는 아니고 경찰의 업무"라며 "소방안전대책은 화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며, 핼러윈 축제로 인해 안전사고가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세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참사 발생 약 1시간 40분 전인 오후 8시 37분 경찰이 소방 당국에 1차 공동 대응을 요청했지만, 소방 당국은 구급차 등의 출동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소방에 보낸 요청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쓰러지고 있고, 통제가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소방은 112에 신고한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부상자가 있는지 등을 파악했고, 없다는 답변이 나오자 출동하지 않았다.
오후 9시 1분 경찰의 2차 공동 대응 요청엔 '핼러윈 행사 브론지 앞 이태원인데 인파가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고 사람이 밀린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소방 당국은 이때도 출동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112에 신고 전화를 한 신고자에게 구급차가 필요한 환자가 발생한 상황인지를 확인했고, 구급차가 필요 없다는 답변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