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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이 경비로, 경비통은 정보로"…'서울청 인사' 난맥이 대응 참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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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전후로 작동하지 않은 서울청 정보·경비 기능

상황 파악하는 '정보 경찰'…이태원엔 0명
참사 발생 한참 뒤에 투입된 '기동대'
일선에선 '서울청장 주변 참모들 뭐했나' 비판
앞서 8월 난 경찰 인사에 대한 비판도
실제 정보통이 경비부장, 경비통이 정보부장 수행
특수본, 8일 서울청장 포함 경비·정보부장실 압색

핼러윈 참사 당시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핼러윈 참사 당시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
서울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무너진 지휘 체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선 경찰 사이에선 서울경찰청장을 보좌하는 서울청 지휘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거세다. 용산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나머지 지휘부, 참모들은 무엇을 했냐는 지적이다.

특히 그동안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현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온 경찰 '정보'와 '경비'의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이번 참사 상황을 두고서 정보통(通)을 서울청 경비부장에 앉히고, 경비통을 서울청 정보부장에 앉힌 올해 8월 경찰 지휘부 인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편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경찰청장실과 서울청장실은 물론 서울청 경비부장과 정보부장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태원에 없던 '정보 경찰'…참사 후 1시간 반 뒤에나 온 '기동대'

지난달 29일 발생한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 연합뉴스지난달 29일 발생한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 연합뉴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10만 명의 인파가 몰린 지난달 29일, 현장에는 137명의 경찰이 배치됐지만 정보 경찰은 없었다.

정보 경찰은 경찰이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정보를 수집하기에 경찰의 눈으로 통한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집회 등의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경찰 인력이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이태원엔 정보 경찰이 배치되지 않았다.

특히 용산경찰서가 참사 전부터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정보보고서를 서울청에 올렸지만, 서울청은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광호 서울청장은 "(용산서의 보고서엔) 핼러윈에 연인원 10만 명의 참가가 예상되고, 보행자 도로 난입, 교통 사고, 마약·성범죄 우려가 있다는 내용으로 작성됐다"라며 "다만 자료를 열람한 서울청 담당자는 보고서 내용이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해 별다른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 압사를 우려한 시민의 첫 112신고가 접수됐을 정도로 현장 상황이 긴박했던 상황에서 정보 경찰이 투입됐다면 경찰의 현장 파악과 그에 따른 대응도 빨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참사 발생 후로도 경찰의 부실 대응은 이어졌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한 첫 압사 119신고가 들어온 시간은 밤 10시 15분이다. 하지만 경찰이 처음으로 기동대(용산 집무실 앞에 있던 11기동대)를 투입한 시간은 1시간 25분이나 경과한 밤 11시 40분이다. 이마저도 용산서의 요청으로 투입됐다.

서울청 경비부 산하 경비과의 요청으로 투입된 기동대는 광화문에 있던 77기동대와 여의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67기동대이다. 각각 밤 11시 50분과 다음날 오전 0시 10분에 이태원에 도착했다. 서초에 있던 32기동대는 오전 0시 30분, 삼각지에서 근무 중이던 51기동대는 새벽 1시 33분에 투입됐다.

결국 정보 경찰을 통한 정보 수집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함께 기동대의 뒤늦은 투입으로 구급 차량의 진입로를 조기 확보하지 못하는 등 참사 후 대응에도 실패한 것이다.

정보통과 경비통의 뒤바뀐 보직?… 부실 대응에 영향 줬나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참사 현장 앞 근무 중인 경찰들. 연합뉴스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참사 현장 앞 근무 중인 경찰들. 연합뉴스
참사 전후로 이어진 서울청의 부실 대응, 늑장 대응을 두고 서울청 지휘부 인사의 난맥상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앞서 경찰청은 올해 8월 경무관급 인사를 발표하며 서울청 경비부장에 윤시승 경무관을 임명했고,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는 박성민 경무관을 앉혔다.

윤시승 경비부장은 경찰 내 대표적인 정보통이다. 서울청 정보관리부 정보1과에서 근무했고, 경찰청 정보 4과장, 정보 1과장, 정보 3과장을 두루 지냈다. 반면 박성민 정보부장은 서울청 202경비대장, 서초서 경비과장, 서울청 1기동단장, 경찰청 경호과장·경비과장을 지낸 경비통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비통을 정보부장에, 정보통을 경비부장에 인사한 것을 보고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라고 말했다.

정보 부문에서 근무한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정보 경험이 없는 사람이 경비로 갈 수도 있고, 경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정보로 갈 수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정보와 경비는 여러 가지로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인데 인사가 정반대로 난 것이다. 그동안 경비 업무를 했던 사람이라면 당시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다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청장이 연락이 안 된다면 아래 참모들이 각 기능에 전파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경찰청에서 근무한 전직 경찰 고위 간부도 통화에서 "경비와 정보가 업무 자체는 비슷하면서도 업무의 개념과 태도가 다르다"라며 "집회와 공공 안전 관리를 하는 업무는 같지만, 경비 경찰은 경찰력 배치 등의 물리적 개념을 많이 보는 반면 정보 경찰은 정책적 접근을 하는 등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아무래도 그 기능을 좀 오래 경험하고 관련 직무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해당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업무 공백이 없도록 하는데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등을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경찰청장실과 서울청장실과 함께 서울청 경비부장실, 정보부장실, 112상황실장실 등 서울청 지휘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용산서장실과 용산서 정보, 경비과장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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