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극단적 아동학대 '자녀살해 후 자살' 대책은요?

"우리는 살해된 아이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피살이다. 법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살인이다."
 
2020년 울산지방법원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아이를 살해한 뒤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남은 피고인에게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판결문은 "살해 후 자살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이 같은 사건을 두고 '동반자살'로 표현한 데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을 부모가 마음먹기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로 인식하게 하여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는데요. 현재 보건복지부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40명. 이 가운데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숨진 아동은 14명인데요. 극단적인 아동학대 피해자에 해당합니다. 이 같은 참사는 2018년부터 증가 추세입니다.
    
아동학대 발견율은 신고와 판단이 늘어나면서 증가 추세지만, 해외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습니다. 미국, 호주 등은 8~9%대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지난 20년간 부모의 자살 전 살해로 숨진 '자녀' 피해자는 알려진 것만 175명입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0년부터 20여 년간 가족살인 범죄 보도를 분석했더니 자녀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지난 5월의 조유나양 사건처럼 부모와 함께 숨진 경우를 포함하면 전체 피해자 유형의 절반이 넘었습니다.  
    
가족을 살인한 뒤 자살하는 사건에서 자녀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의 범행 동기를 살펴보니 '생활고'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실제 지난 7월 경기 의정부에서 40대 부부가 지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예고하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뒤 6세 아들과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현장에서 '빚이 많아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나왔습니다. 지난달에도 경남 김해시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초등학생 아들과 숨졌습니다. 경찰은 "사는 게 힘들어서 아들과 함께(간다)"는 내용의 유서 등을 토대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아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숨진 것으로 봤죠.
지난 6월 전남 완도 바다에서 조유나양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차량을 인양하는 모습. 경찰은 일가족 극단적 선택으로 조양 부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린 뒤 사건을 종결했다. 광주경찰청 제공 지난 6월 전남 완도 바다에서 조유나양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차량을 인양하는 모습. 경찰은 일가족 극단적 선택으로 조양 부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린 뒤 사건을 종결했다. 광주경찰청 제공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020년 성명서를 통해 "우리 사회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두고 부모가 '오죽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지를 떠올리며 온정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법무부는 비속(卑屬)살해를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에 보고했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살인한 존속(尊屬)살해의 경우, 형법 제250조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있는데요.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해당 형법의 범행 대상에 미성년자인 직계비속을 추가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재 비속살해는 살인죄와 같이 묶여 별도 처벌조항이 없는데요.
 
이 때문에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5일 CBS노컷뉴스의 정보공개청구를 보건복지부로부터 이송받은 경찰청은 자녀 살해 후 자살 건수에 대해 '정보부존재'를 통보했습니다. 범죄통계시스템상 죄종별로 관리하고 있으나, 자녀 살해는 '살인'으로 의율하고 있어 별도 산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사유를 밝혔는데요.
 
하지만 같은 날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자녀 살해 후 자살하는 부모가 매년 평균 2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작성 중인 '2013~2020년 자살 전수조사 보고서' 중 해당 사건만 따로 분석해 강기윤 의원실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여기에도 자녀 피해자 관련 통계는 포함돼있지 않으며, 다만 자녀살해의 원인으로 경제문제가 34.3%가 가장 컸으며 정신건강문제가 26.3%로 뒤를 이었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습니다.
정성욱 기자정성욱 기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자녀 목숨까지 앗아가는 사건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일각에서는 처벌 강화보다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서울경찰청의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보고서에서는 자녀 살해와 부모의 정신병력 관련성을 언급하며 "(자녀살해 후 자살과 같은) 2차 죽음을 막기 위해 가정 내 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적 관리가 요구됨을 알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자식이 소유물이 아닌 독립적 인격체임에 대한 부모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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