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30일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경찰이 2020년 당시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압사' 대비를 포함한 안전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해 인구 밀집도가 그나마 완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기에는 압사 대비를 했으면서, 정작 거리두기 해제로 대규모 인파가 몰린 이번 핼러윈 때는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셈이다.
경력 배치 역시 작년과 재작년의 경우 인파 통제에 무게가 실렸으나, 올해의 경우 범죄 단속에 집중하는 등 경찰의 대비가 시기적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채 허술했다는 점도 재차 확인됐다.
연합뉴스
4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경찰청으로 제출받은 '용산경찰서 2017년~2022년 핼러윈 데이 대책'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핼러윈 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갖가지 치안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2017년의 경우 용산서는 해밀톤 호텔 일대부터 이태원 소방센터까지 다중인파 운집, 이태원로 1차선 교통체증 등을 예상하고 서울청 경비계에 경력지원 요청, 폴리스라인 설치 등을 하기로 했다. 2018년과 2019년 역시 '이태원 일대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우려' 등을 명시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
2020년 핼러윈 종합치안대책은 좀 더 세밀해졌다. 이태원로 주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점검을 실시하고 경찰관 기동대 경력을 추가 지원, 거점에 배치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해당 대책에서는 '인구 밀집으로 인한 압사 및 추락 등 안전사고 상황대비'가 적혔다. 112타격대가 현장에 출동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현장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코로나19 공포가 엄습한 재작년, 인구 밀집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도 '압사' 우려 대책을 세운 셈이다. 하지만 올해 대책은 이와는 딴판인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서의 2022년 핼러윈 데이 관련 질서유지 확보 대책에 따르면 무허가 클럽, 마약류 관련, 총포, 과다노출 등 범죄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정부가 내세운 마약류 단속과 관련해선 용산서 마약전담팀 등과 연계해 클럽 내 마약류 투약행위 등 점검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인근소란 행위, 쓰레기 투기, 과다노출 등 경범죄 위반 사례 발생 시 적극적으로 계도 및 단속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핼러윈은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파 통제'에 있어 재작년보다 훨씬 미흡한 대책을 세운 셈이다.
올해 경찰의 대책은 경력 배치면에서도 과거에 비해 허술한 점을 드러냈다.
2020년의 경우 용산서는 토요일인 10월 31일 당시 이태원 일대에 129명의 경력을 동원했고 이중 이태원파출소는 28명, 생활질서 5명, 기동대 70명, 형사 4명 등을 배치했다. 2021년은 인파 집중 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기동대를 동원해 10명씩 4개 구역에 배치, 관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태원에 배치된 경력 137명 중 약 40%가 마약·절도·폭행 등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형사 부서에 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현영 의원은 "어떤 위험한 상황을 가정하는지에 따라 대응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뻔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경찰의 제1임무인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를 위해 경찰이 제대로 대비한 것이 맞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사건 경위 등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사고 원이 규명에 초점을 맞춰 수사 중이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이 무엇이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