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태원 참사' 당시 관할 치안을 총괄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동선을 둘러싸고 여전히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서장의 동선과 윗선 보고 등은 경찰의 사고 대응의 부실 여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기에, 진상 규명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4일 경찰의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20분에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참사가 발생하고 5분 뒤다.
이태원 파출소에 걸려 있는 핼러윈데이 맞이 작전도. 연합뉴스
하지만 보고서와 달리 실제 동선은 다르다는 의혹이 나온다. 비상 상황을 오후 9시50분쯤 인지하고 이태원으로 향했지만 차량 정체 등으로 도착이 늦었고,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0시35분이라는 전언이다.
일부 보도에서는 이 전 서장이 더욱 늦게 이태원에 도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전 서장이 감찰 조사에서 삼각지역 근처 집회 시위 현장에 있다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이태원 파출소로 출발했지만 차가 많이 막혀 내려서 걸었고, 오후 11시10분쯤에 이태원에 도착했다고 증언했다는 의혹이다.
다만 경찰청은 오후 11시10분 도착과 관련,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특별감찰팀은 기사 내용과 같은 감찰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12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LED촛불과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앞서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사고 현장에서 약 2㎞ 떨어진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에서 진보 성향 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주관하는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촛불대행진' 시위를 통제했다는 사실이 CBS노컷뉴스 보도로 알려졌다.
이날 삼각지역에서 열린 집회는 오후 9시20분쯤이 되어서야 끝났으며, 상황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이 서장은 현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를 하다가 참사 현장 도착에 늦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이태원역 일대 차량 통제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정체를 빚었고 사고 수습도 그만큼 늦어졌다는 점에서 이 부분도 진상규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 전 서장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사고 사실을 오후 11시34분 전화로 처음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두 사람의 통화가 성사된 건 그로부터 2분 뒤로, 사고 발생 후 1시간21분이 흐른 뒤다.
윗선 보고가 늦어진 가운데, 이 전 서장이 동선까지 허위보고했다면 책임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별감찰팀은 "감찰이 진행 중이고 수사가 예정돼 있어 구체적인 사실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