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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전보다 마약실적 챙긴 경찰…尹 발언후 서울청장 판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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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마약과의 전쟁" 발언 후…서울청장 '핼러윈 때 마약 문제' 형사↑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정부의 예방책 부족이었던 것으로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경찰은 참사 당일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이태원에 몰릴 것이라 예상했음에도 시민의 안전보다 마약 단속에 집중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정부 기조가 경찰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1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찰은 시민 안전보다는 마약 단속에 더욱 집중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배경에는 서울경찰청 차원의 대대적인 '핼러윈 마약 단속 기획'이 존재했다.

특히 핼러윈 마약 단속 계획은 김광호 서울청장의 손을 거치며 초안보다 규모가 더욱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청장은 최초 계획보다 마약 단속을 위한 경찰력은 3배 가까이 늘렸지만, 시민 안전과 관련된 인원은 '0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검·경 수장들이 앞다퉈 마약 수사에 열을 올리자 김 청장이 핼러윈 마약 단속 기획으로 판을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청장은 지난달 말쯤 '핼러윈 때 마약이 문제 될 수 있다'며 대책을 세워보라고 용산서에 지시했다. 이에 용산서가 계획을 올렸지만 김 청장은 '인원이 부족하다'며 형사 인원을 더 늘리라고 지시했다. 최초 용산서가 계획한 형사 인원은 16명이었지만 9명이 늘어났고,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12명과 인접서 3개팀(13명)이 추가돼 총 50명이 됐다.

서울청 관계자는 "용산서 자체 계획을 받아보고 청장이 '그걸로는 부족하다. 용산 자체만으론 대응 어렵다'며 공문을 보냈고 (일선서에서) 수용한 것"이라며 "주 목적은 마약 단속이 맞지만 마약뿐만 아니고 성추행이나 기타 절도, 폭행 이런 것도 발생할 수 있어서 전반적인 범죄 예방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민 안전을 위한 경력 배치는 없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에 따르면 참사 당일 배치된 경찰 인력은 형사 50명, 이태원파출소 32명, 교통기동대 20명, 관광경찰대 10명, 생활안전과 9명, 교통과 6명, 여성청소년과 4명, 112상황실 4명, 이사과 2명으로 총 137명에 달했다.


그마저도 교통기동대 20명은 인근에서 발생한 집회·시위가 끝난 뒤 오후 10시쯤 넘어오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과의 지휘를 받는 일반 기동대와는 달리 교통기동대는 교통과의 지휘를 받아 차량 통제 등을 주로 담당한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이태원 일대에서 인파를 관리·통제할 인원은 '0명'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경비 인력은 '0명'이었던 반면 형사과 소속 인원은 50명이었다는 점이다. 형사과는 마약·절도·폭행·살인 등 강력범죄를 주로 담당한다. 다만 절도·폭행·살인 등은 발생 후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이 초동대처를 한 뒤 형사과로 넘어가 수사로 이어진다. 결국 형사과 인원들이 직접 현장에 배치됐다는 것은 마약 단속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음에도 도로 통제 및 도보 통행 관리보다는 마약 단속에 집중하는 등 시민의 안전보다 수사가 우선시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경찰 다수가 정복을 입고 도로 통제 및 도보 통행을 관리하면 범죄율이 떨어지는 등 마약 단속 실적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일부러 배치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
다만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이태원 상인회) 부회장이 작년 코로나19 때를 예시로 들며 경찰 및 기동대가 너무 많아 과도하게 배치됐다고 지적했다. 그것 때문에 영업이 안 됐다(고 말했다)"며 "올해는 거리두기가 해제됐으니까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하고 구청에도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이영주 교수는 "많은 인원이 모였을 때 범죄 수사나 현장에서 발생할 위법 상황들을 단속·적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질서유지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인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한정 투입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력 운영 시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질서유지 쪽에) 배치해서 기능하게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이 시민 안전보다 마약 단속에 급급했던 것의 배경에는 최근 정부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약 관련 보고하는 경찰청 형사국장. 연합뉴스마약 관련 보고하는 경찰청 형사국장. 연합뉴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8월 취임한 이후 '국민체감 전략과제' 제1호로 '마약류 집중단속'을 내세우는 등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바 있다. 지난달 초 이원석 검찰총장이 "마약류 범죄가 급속도로 확산해 임계점을 넘었다"고 언급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임하라"고 말한 뒤엔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4개 검찰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개설되기도 했다.

그러더니 대통령까지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달라"고 하더니 24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당정협의회에서는 국무조정실 산하 마약류 관리 총괄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태원 참사 3일 전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김 청장은 마약 단속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시민 안전을 위한 경비 대비는 소홀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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