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북한은 한미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연장이 결정된 3일 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박정천 부위원장의 경고성 담화와 함께 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쏘고 9.19 군사합의에 규정된 동해 해상완충구역으로 80여발의 포를 쐈다. 이날 아침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1발과 SRBM 2발을 쐈으니, 하루에 탄도미사일만 5발을 쏜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3일 밤 "우리 군은 오늘(3일) 오후 9시 35분쯤부터 9시 49분쯤까지 황해북도 곡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는 490km, 고도는 130km, 속도는 마하 6 정도로 탐지됐다.
합참은 조금 뒤 자정을 넘겨 "우리 군은 어제(4일) 오후 11시 28분쯤부터 북한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80여발의 포병사격을 포착했다"며 "탄착 지점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완충구역 내로, 우리 군은 '9.19 군사합의 위반 및 즉각 도발 중단'에 대한 경고통신을 실시했다"고 다시금 밝혔다.
앞서 3일 오전 북한의 ICBM과 SRBM 발사로 인해 한미 군 당국은 지난 10월 31일부터 시작해 11월 4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던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공군은 3일 오후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군작전사령부와 미 7공군사령부는 북한의 도발로 고조되고 있는 현 안보위기상황 하에 한미동맹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현시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였다"고 설명했다. 훈련이 언제까지 연장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자 박정천 부위원장은 3일 밤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명의로 담화를 내 "미국과 남조선(한국)이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며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다"고 비난했다.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진행 중인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전자전기 EA-18 그라울러가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부위원장은 "미국과 남조선의 무책임한 결정은 연합군의 도발적 군사행위로 초래된 현 상황을 통제불능의 국면에로 떠밀고 있다"며 "미국과 남조선은 자기들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담화가 나온 지 1시간 정도 지난 9시 35분쯤 미사일을 쏘고, 2시간이 더 지난 11시 28분쯤 포사격을 한 셈이다.
비질런트 스톰은 기계획 공중임무명령서(Pre-ATO)를 기반으로 해 전시 연합항공작전 상황을 가정한 대규모 훈련이다. 우리 공군 F-35A, F-15K, KF-16, KC-330 등 140여대에 미 공군 F-35B, EA-18, U-2, KC-135, 호주 공군 KC-30A까지 항공전력 240여대가 투입돼 1600여차례의 출격횟수(소티)를 기록할 예정이었다.
이는 지난 2017년까지 시행됐다가, 이듬해 북미 비핵화 협상 진행에 따라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CFTE)이라는 이름으로 축소 시행돼 왔던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의 부활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지난 1일 공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2일 공개한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명의 담화를 통해 이 훈련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비난했었다.
류영주 기자그 뒤 북한은 2일에는 SRBM과 지대공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군데서 쐈고, 이 중 한 발이 울릉도 방향을 향했다가 NLL 남쪽 공해상에 떨어졌다. 군은 F-15K와 KF-16 전투기를 동원해 NLL 북쪽 공해상에 공대지미사일 3발을 쏘는 것으로 대응했다.
3일에도 북한이 ICBM과 SRBM을 쏘자 우리는 훈련 기간 연장으로 대응했는데, 여기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또다시 협박과 함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포사격이었던 셈이다. 지난 9월 23일 미 해군 니미츠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의 부산 입항에서부터 시작한 남북 갈등이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계속 강대강으로 치닫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