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의 또다른 상처 '트라우마'…"당신 탓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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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재완 기자


[앵커]
'이태원 참사'가 남긴 또 다른 상처는 바로 '트라우마'입니다. 참사 현장에서 빠져나온 생존자, 목격자는 물론 구조 작업을 벌인 소방관, 경찰관, 의료진 그리고 일반 시민들까지도 크고 작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재완 기자.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트라우마, 피티에스디(PTSD) 같은 표현들이 혼용되고 있는데 간단히 용어를 정리해주시겠어요?

[기자]
우선 트라우마라는 것은 외상적 충격, 즉 외부 요인으로 인한 매우 충격적인 경험을 뜻합니다. 재난, 사고, 성폭행, 폭력 등과 같은 충격적인 경험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험으로 겪는 심적 고통이 '트라우마 반응'인데요. 일상적으로는 이러한 경험과 고통 모두 통칭해서 트라우마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불안과 공포, 공황, 우울, 분노 등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PTSD는 우리 말로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고 하는데요. 트라우마적 경험 후에 강한 스트레스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일종의 질환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은 채 지속되면 PTSD가 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일 오전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2일 오전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앵커]
현재 시점에서 많은 분들이 겪는 충격은 트라우마가 적절하겠군요.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는 물론, 이를 지켜 본 국민도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취재 기자가 어제 추모를 위해 이태원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을 만났는데요. 뉴스에서 본 장면들이 생각나 잠에서 자꾸 깨거나 문득 죄책감이 드는 것 같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말 들어보시죠.

[시민]
"밤에 잠도 안 오고 화가 울컥 올라오니까 감정 조절이 제일 힘든 게 힘든 것 같아요.중간에 새벽에 자다 가도 깨서 도대체 내가 뭘 위해서 지금까지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멀리서 참사를 지켜본 시민들은 물론,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구조하던 경찰관이나 소방관, 의료진들도 비슷한 재난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정부가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한 가운데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 인근 상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정부가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한 가운데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 인근 상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
[앵커]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는데요. 우선 이태원 참사 사안 자체의 성격입니다. 현재까지 사망자만 156명인 보통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 규모의 참사인데다 희생자 대다수가 꽃다운 나이인 2~30대 청년들이라 그 충격도 더 크다는 겁니다.

또 서울 한복판, 어떻게 보면 일상의 현장에서 믿기 힘든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잖아요. 그만큼 내가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는 불안감 또는 희생자들을 위해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또 한 가지는 이런 참사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 영상물의 유포입니다. 사실 저도 그렇지만 상당수 국민들이 원하든 원치 않았든 그날의 피해 상황이 심지어 모자이크도 안 된 채로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보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도 제가 오면서 유튜브로 확인하니까 여전히 영상들이 그대로 남아 있더라구요. 이처럼 참사 현장의 모습들을 영상, 사진으로 보며 받은 충격이 그대로 트라우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이러한 집단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요?

[기자]
우선 우리 모두 같이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무분별하게 퍼뜨리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자체가 생존자는 물론 지켜본 시민들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혐오 표현의 자제도 필요한데요. 참사 이후에도 인터넷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을 보면 간혹 "놀러간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등 비난의 화살을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 자체가 옳지 않은 지적일 뿐더러 트라우마를 더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홍나래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 들어보시죠.
[홍나래]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그런 글을 올리는 것은 가족들을 너무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고, 쉽게 말하면 예의가 아니에요.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더라도 일단은 마음을 정리하는 '애도의 기간'이 필요해요.

트라우마를 가장 심하게 겪는 생존자와 구조자가 주변에 있다면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작은 위로 또한,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앵커]
지금 당장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에게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방법들도 있을까요?

[기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서 참사 다음날 발표한 안정화 기법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심호흡을 하면 심적 안정에 좋다고 합니다.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풍선을 불듯 천천히 내쉬면 되고요.

나비포옹법도 함께 소개했는데요. 갑자기 사고가 떠올라 긴장이 되거나 할 때 두 팔을 가슴 위로 교차시킨 상태에서 마치 나비가 날개짓 하듯 좌우를 번갈아 살짝 살짝 열 번에서 열 다섯번 정도 두드리면 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트라우마가 너무 심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드릴텐데요. 우선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상담 전화입니다. 번호는 1577 -0199번입니다. 한국심리학회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심리상담 전화로 연락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번호는 1670-5724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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