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언론계가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에 대한 선정적 보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전 국민적 트라우마 등 부작용을 우려한 결과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여성기자협회 언론 4단체는 1일 공식 성명을 내고 "참사 피해자를 향한 낙인찍기와 유가족이 받을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뜻을 모아 입장을 발표한다"며 "선정적 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은 자극적인 현장 사진과 영상, 그리고 희생자 모습을 여과 없이 되풀이 보도했다.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고, 유가족에도 2차 피해를 입혔다"며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제정된 '재난보도준칙'에 따라 △ 과도한 감정 표현 △ 부적절한 신체 노출 △ 재난과 무관한 흥미 위주 등의 선정적 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또 편집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자극적인 혐오 표현 역시 쓰지 않을 것을 전했다.
이들 단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 폄하와 비난을 담은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혐오와 낙인찍기는 재난극복과 국민통합에 방해가 될 뿐"이라며 "저희는 언론이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한다. 국가 '트라우마센터'에서 마련한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도 적극 준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재발 방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 제34조를 근거로 "정부는 사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가가 책무를 다하지 못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저희 언론도 진실을 가려내 이와 같은 후진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KBS·MBC·SBS 지상파 3사와 보도 전문 채널 YTN도 현재 뉴스 보도에 있어 이태원 참사 현장 영상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국민적 트라우마 방지 차원에서다.
앞서 KBS는 "이태원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뉴스 원고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엄격하게 사고 현장 영상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MBC와 SBS, YTN 역시 간판 뉴스를 시작하면서 앵커들이 이 같은 원칙을 전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핼러윈을 기념해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57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