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풀다가"…SPC 사고 판박이 배합기 '끼임 사망' 올해 4건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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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난 15일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뒤 'SPC 불매 운동'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연이어 SPC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는 등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재사고는 여전히 빈번한 현실입니다. SPC 사망 사고와 유사한 재해 사망의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제도적 미비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짚어봅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망 446명…'끼임'은 71건
그 중 배합기 끼임 사망은 4건…'SPC 사망사고'와 유사
자동방호장치 미비·2인 1조 안지켜져

▶ 글 싣는 순서
①[르포]지금 대학가는…尹보다 SPC에 분노 "미래 우리일 될 수 있어"
②"고춧가루 풀다가"…SPC 사고 판박이 배합기 '끼임 사망' 올해 4건 이상
(계속)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1. 지난 5월 11일 경북 청도 식료품 제조업 공장에서 공장장 A씨는 고춧가루 배합작업 중 사고를 당했다. 당시 A씨는 배합기 내 엉켜있는 고춧가루를 풀기 위해 손을 넣었다가 몸이 끼여 사망했다. 상황을 감독해줄 동료 직원 없이 홀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 사장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 빵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근무 중 숨져 불매운동이 확산 중인 가운데 이와 비슷한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올해에만 이미 최소 4건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제외 대상인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었으며,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등 'SPL 산재 사망사고'와 비슷한 양상을 띄었다.
 
26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1월 27일부터 9월 30일까지 발생한 71건의 끼임 사고 중 배합기에 끼여 사망한 사례만 4건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해당 기간동안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는 446명으로 이 중 끼임 사고는 71건으로 전체의 약 16%를 차지했다.
 
특히 배합기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4곳의 사업장 중 3건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요건에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4곳 모두 자동방호장치(인터록)와 같은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2인 1조 작업이 지켜지지 않는 등 'SPC 산재' 사고와 유사한 양상을 띄었다. 실제로 SPL 평택 공장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사용하던 혼합기에는 자동방호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같은 공장에 있는 혼합기 총 9대 중 안전장치가 설치된 기계는 단 2대뿐이었다.
 
지난달 5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식당에서 숨진 B씨는 깍두기 양념을 배합하는 기계를 작동하다 사고를 당했다. 재료를 넣기 위해 뚜껑을 열고 손을 넣었는데 고무장갑이 끼여 말려 들어가면서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B씨는 기기 작동 상황을 감독해줄 동료 없이 혼자 작업 중이었다. 기기 뚜껑을 열었을 때 작동을 멈추도록 하는 자동방호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해당 식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노동부에서는 사업장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며 경찰은 사업주의 과실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 3월 25일에는 충북 청주시의 소재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 공장에서 노동자 B씨가 배합기 보수 점검을 하다 변을 당했다. 배합기가 있는 곳은 2층이고 작동을 관할하는 곳은 3층인데 C씨가 배합기 내부 점검을 하던 중 3층 작업자가 작동 버튼을 누른 것이다. 해당 공장 역시 뚜껑을 열었을 때 기기 작동을 멈추도록 하는 자동방호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런 탓에 C씨가 뚜껑을 연 채 점검했음에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또 현장에는 사고 상황을 즉시 알릴 수 있는 동료와 CCTV도 없었다.
 
해당 업장은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인터록 설치를 했었으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던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로 보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혐의를 적용해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해당 업장들은 사망 사고가 난 뒤에야 자동방호장치가 설치됐다. 특히 C씨 사망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은 즉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뒤 공장에 있는 3개의 배합기 자동방호장치와 CCTV가 설치된 것을 확인한 후 2달 뒤 작업 재개를 허가했다.
 
안전관리자가 따로 없는 사업장에서의 사고도 있었다. 지난 3월 10일 경기 김포시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도 끼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재해자는 탄소섬유를 믹싱하는 작업을 하다가 회전하는 믹싱기 날개에 끼어 사망했다. 사고 당시 공장에는 끼임 사고를 방지할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안전관리자도 따로 두지 않고 대표이사가 안전관리 총책임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안전장치나 안전관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파악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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