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새로운 도전' 박항서 "한국서 감독? 그건 후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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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베트남 5년 동행 마침표
앞만 보고 달려…새로운 동기부여 필요해
韓감독 안 한다…베트남 여정 이어갈 수도
제3국 감독 제의? 새로운 도전 열려있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 감독)

복잡한 정치권 얘기에서 잠시 벗어나보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정말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반가운 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베트남 축구 영웅 박항서 감독입니다. 이게 얼마 만인가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팬들의 사랑을 뒤로 하고 내년 1월 국가대표 감독직을 내려놓는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결정인지 또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요. 베트남으로 전화 돌려봤습니다. 지금부터 직접 만나보죠. 박항서 감독님, 안녕하세요.

◆ 박항서>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 김현정> 진짜 오랜만이네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 박항서> 지금 잘 지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그래서 사실은 박 감독님, 별일 없이 지내고 있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별일이 하나 보도가 됐어요. 베트남 축구팀 떠나신다면서요?

◆ 박항서> 네, 그 발표는 사실입니다.


◇ 김현정> 어떻게 결정하게 되셨어요?

◆ 박항서> 제가 베트남에 온 지 이제 10월 14일이, 지난 14일이 저한테는 5주년이었고.

◇ 김현정> 5년.

◆ 박항서> 계약이 1월 31일까지 돼 있습니다. 그리고 3개월 전에 재계약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 되는데 제가 잠시 임대 때문에 9월 말에 한국 다녀와서 가족들하고 상의를 하고 지금이 가장 내가 내려놔야 될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을 했고 주변에 이야기도 그렇게 해서 제가 감독직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지금이 내려놓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다. 이거는 왜 그런 판단을 하셨을까요?

◆ 박항서> 여러 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저도 마찬가지고 우리 베트남 국가대표팀도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잠시 멈춰서 뒤돌아보는 것도 좋을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우리 선수들도 저와 너무 오랫동안 생활했기 때문에 또 어떤 동기부여 부분에 있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앞만 보고 달렸다. 저는 그 말씀이 뭔지 알겠어요. 박항서 감독의 지난 5년을 쭉 기록을 제가 들여다 보니까 베트남 축구가 정말 박항서 이전과 이후로 나뉠만 합니다. 2017년 10월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에 23세 이하 아시안컵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진출, 스즈키컵 우승, 동남아시아게임 2연패 그리고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게 박항서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잖아요.

◆ 박항서> 감사합니다.

◇ 김현정> 겸손의 웃음을 웃으시는데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베트남 분들이 박항서 매직이다 이렇게 부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쳤다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게 그러니까 승리의 기록이 하나씩 둘씩 늘 때마다 그다음 승리를 또, 실망 시켜드리지 않기 위해서 또 그다음 승리를 준비해야 되는 그런 압박감이 분명히 있으셨을 것 같아요.

◆ 박항서> 사실 감독이라는 건 결과물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언제든지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되는 게 있기 때문에 저뿐 아니라 모든 감독들의 직업상의 스트레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 좋은 결과를 제가 5년 동안 낸 것도 아니고 실패한 것도 있습니다.

◇ 김현정> 맞아요.

◆ 박항서> 그렇습니다.

◇ 김현정> 패배하고 돌아올 때 선수들한테 고개 숙이지 말아라, 당당하게 걸어라. 항상 그거 주문하셨다면서요?

◆ 박항서> 결과에 대한 부분은 감독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될 위치에 있고 또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감독의 몫이기 때문에 그 결과물이 나빴을 때 우리 선수들이 고개 숙이거나 또 그런 모습을 남들한테 보여주는 게 굉장히 싫었습니다. 한순간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쇠약이 되어서 하는 것 자체가 보기 싫고 또 남들한테 감독으로서 상대방이나 남들한테 보여주는 게 저는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수한테 이야기 했습니다.

◇ 김현정> 패배로 인해서 자신감 잃지 말아라, 항상 그 얘기를 하면서 선수들을 북돋아주시는 파파 리더십, 이런 걸로 유명하시죠. 지금 작별 소식 전해지고 나서 베트남 팬들이 엄청 아쉬워 한다고 들었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어떤 팬입니까?

◆ 박항서> 저한테 많은 베트남 국민들이 마음의 표시를 한 것도 있고 또 선물로 한 것도 있습니다. 또 조그마한 어린 학생들이 저한테 손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하는데 많은 선물도 고맙지만 어린 선수들이 손수 손편지를 써줘서 줬던 그런 작은 내용, 이런 부분들이 저한테는 다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 김현정> 5년 전에 출국하실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셨죠, 감독님?

◆ 박항서> 네, 베트남은 처음 부임하기 전까지는 베트남은 잘 몰랐고 또 베트남에서 보니까 감독들의 무덤이다, 외국 감독들의 무덤이라고 얘기하고 있고 외국 감독은 평균 재임기간이 8개월, 매우 길면 평균 1년 6개월에서 2년 사이 되던데 저는 부임할 때는 우리 이영진 코치와 같이 동행을 했는데 우리 같이 1년만 버티고 오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어떻게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 박항서> 저도 정말 어떻게 지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1년만 버티자. 왜냐하면 다른 외국인 감독들은 8개월도 못 버티고 나간다더라. 우리는 그래도 1년은 버텨보자 했는데 그게 5년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아쉬움 속에서 더 좀 있어주세요. 하는 속에서 이제는 떠날 때다 하고 떠나시는 건데 제일 궁금한 건 뭘 하실 건가, 앞으로. 새로운 인생을 찾겠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던데 아니, 어떤 계획 세우고 계신 거예요?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우승한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연합뉴스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우승한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항서>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궁금하게 생각하는데 저는 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된 게 없습니다. 전 축구밖에 모르기 때문에 축구 감독으로서의 일에는 분명히 종사할 것이고 그 일을 할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어떤 곳에서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은 아직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 김현정> 축구 감독을 할 것이다, 난 평생 할 거다, 그거 하나만은 분명하다.

◆ 박항서> 축구 감독을 할 것인지 축구에 대해서… 어떤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하겠죠. 왜? 제가 축구밖에 모르니까요.

◇ 김현정> 축구밖에 모르는 사람이니까.

◆ 박항서> 그리고 축구를 가장 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일에는 할 것이지만 감독을 할 것인지 또 아니면 축구에 대한 어떤 그런 곳에 종사하는 역할을 할 것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결정된 게 없고 지금 당장은 12월달에 중요한 시합이 있기 때문에 이 시합에 집중해야 되고 이 시합이 끝나고 나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 김현정> 고민하셔야죠.

◆ 박항서> 생각해 나갈 것입니다.

◇ 김현정> 그 축구에 관련된 일을 분명히 하는 장소. 베트남은 일단 떠나시는 건가요?

◆ 박항서> 아닙니다. 그거는 아니고 베트남에서 축구를 해야 될, 시합이 끝나고 나면 제 앞으로의 어떤 미래에 대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남아서 할 것이고 단 베트남에서 감독은 안 할 생각입니다.

◇ 김현정> 베트남에 남게 되면 감독으로서는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럼 다른 나라, 혹시 한국에서 축구 일로 자리잡으실 생각은, 복귀할 생각은 없으세요?

◆ 박항서> 한국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 제가 가서 해야 될 일이 별로 많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한국에는 많은 훌륭한 후배들이 열심히 잘하고 있고 저도 뭐 한국 축구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헌신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가겠지만 저는 한국에서 축구 감독으로서 전혀 할 생각은 없습니다.

◇ 김현정> 한국에서도 러브콜이 있다고 제가 들었는데 한국에서도 축구 감독을 할 생각은 없다.

◆ 박항서> 네, 없습니다.

◇ 김현정> 아니, 아까 베트남은 제가 이해가 됐어요. 베트남에서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엄청난 업적을 세우신 분이 다시 V리그 가서 팀을 만든다는 것 좀 그렇다. 그거는 이해가 되는데 한국에서 어떤 팀을 이끄시거나 혹은 국가대표를 이끌거나 그거는 왜 계산에서 빼셨어요?

◆ 박항서> 한국을 너무 떠난지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한국은 저보다도 훌륭한 우리 많은 축구인들, 후배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거기에 가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제가 감독직을… 지금 감독직은 할 생각이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시군요. 말씀을 쭉…

◆ 박항서> 우리 후배들이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잘해서. 말씀을 쭉 듣다 보니까 감독 쪽 일보다 이제 뭐 협회 쪽 일이라든지 구단의 리더라든지 이런 쪽의 축구 일을 꿈꾸시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 박항서> 베트남에서는 지금 베트남 정부 지도단들과 여러 가지 말씀을 할 때마다 그분들도 유소년 축구를 위해서 조금 일을 하라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쪽에 제안이 온다면 제가 여기 베트남에서 있으면서 베트남 유소년 축구들이 성장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베트남에 남아 계실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커 보이네요.


◆ 박항서> 그거는 아까 말씀대로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니면 또 한국, 베트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또 새로운 감독 제의도 올 수 있으면 또 새로운 도전이고 또 새로운 어떤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박항서 감독을 한국에서 기다리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일단은 베트남에서 국가대표직 내려놓으신 후에, 감독직 내려놓으신 후에 한국 돌아오신다고 들었어요. 그때 오셔서 맛있는 음식도 많이 드시고 한국에서 기다리는 팬들과도 만나주시고요. 그리고 이제 진짜 제3의 인생 사시는 셈이네요. 한국에서의 축구 인생이 제 첫 번째 인생이었다면 베트남 감독으로서의 두 번째 인생, 이제 세 번째 인생이 펼쳐집니다. 그 세 번째 인생도 뜨겁게 응원하겠습니다.

◆ 박항서> 곧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저도 스튜디오에서 곧 한번 만나뵐 일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박 감독님 건강하시고요. 스즈키컵도 좋은 성적 이루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박항서>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베트남의 국민영웅이죠. 참 겸손하신 분이에요. 축구 감독 박항서 감독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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