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제공직장인 박모(26)씨는 지난달부터 출근에 걸리는 시간이 7분가량 늘었다. 아침마다 이용하던 집 근처 따릉이 대여소가 갑자기 철거되는 바람에 지하철역까지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근처에 공원이 있어 인기 많은 대여소였지만 주민 민원도 많았다. 박씨는 "따릉이를 타면 집에서 역까지 3분 정도면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며 "이미 끊어놓은 정기권도 자주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시민의 발로 사랑받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장사에 방해된다'는 항의에 철거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서울시의 '따릉이 대여소 철거 사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철거된 따릉이 대여소 95곳 가운데 '폐쇄요청 민원'에 따른 철거가 65곳으로 68.4%를 차지했다. 민원 탓에 따릉이 대여소가 열흘에 1곳씩 사라지는 셈이다.
이밖에 '공사로 인한 보도 점유'가 19(20.0%)건, 보도폭 등 문제로 더 이상 설치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운영 불가'는 11건(11.6%)이었다.
한 네티즌은 대여소를 새로 설치해달라고 구청에 요청했다가 "인근 아파트 주민들 반대로 이미 설치했던 대여소가 철거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인근 브랜드 아파트 입주민들이 자전거를 '서민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유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급 아파트일수록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따릉이 대여소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상가의 경우 간판이 가려진다거나 보행에 불편하다며 대여소를 철거해달라는 민원도 제기된다.
문제는 한 번 철거하면 인근에 새로운 대여소를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여소를 새로 만들려면 후보지를 선정한 뒤 보도 폭을 3m 이상 확보하고 점자블럭을 침해하지 않는지, 소화전이나 전기·통신 시설을 방해하지 않는지 검토해야 한다. 사유지인 경우 토지 소유권자와 협의가 필수다.
그러나 따릉이 대여소가 지난해 기준 2600곳을 넘어서면서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장소는 이미 포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시내 후보지는 이미 한계치에 다가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따릉이가 모든 시민의 발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한다고 진단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따릉이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도 대여소를 철거해달라는 일부 고급아파트 주민의 민원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따릉이가 혐오시설은 아니기 때문에 님비(NIMBY)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고장난 자전거를 방치하거나 바구니에 쓰레기가 쌓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면 일부 지역의 배타성과 폐쇄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